윤창현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광우병 문제는 정말 다양한 문제들의 집합체로 이뤄져 있지만 크게 보면 네 가지 정도가 중첩돼 나타난다.

첫째는 과학적 생물학적 영역이다.

광우병이 어떤 병이며 걸리기 쉬운가 어려운가라는 지극히 원론적이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광우병 걸린 소에 있는 프리온이라는 단백질이 인체로 유입되면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v-CJD)이 발병한다.

이 경우 '뇌송송 구멍탁'이라는 표현(배우 임창정이 주연한 '파송송 계란탁'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이렇게 멋있게(?) 패러디했다)이 의미하듯 뇌에 계속 구멍이 나면서 끝내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이 병에 걸린 소는 2마리밖에 없었고 사망한 사람 3명은 모두 영국에서 온 사람이었다.

존재하지만 발견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비판론자들이 문제 삼기는 하나 어쨌건 확률은 매우 낮은 셈이다.

더구나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3등급(undetermined),미국은 2등급(controlled)이다.

우리는 광우병 미발생국이기는 하나 OIE가 원하는 정도의 검역체계가 갖춰지지 못한 것이다.

만에 하나 과거에 외국수입사료를 많이 먹은 우리나라 한우들 중 광우병이 발병했으나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채 잘(?) 넘어갔을 수도 있다.

둘째는 대미협상과 이와 관련한 이슈다.

주지하다시피 이 문제는 정부가 그리 떳떳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협상절차나 결과에 있어서의 아쉬움은 한ㆍ미 FTA 때문이다.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쇠고기 문제를 협상카드 삼아서 한ㆍ미 FTA 체결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한ㆍ미 FTA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 상원 재무위원장 민주당 소속 맥스 보커스 의원이 쇠고기가 대량 생산되는 몬태나주 출신인 것도 상당 부분 감안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졸속,부실 협상이라는 딱지가 붙었고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의 국내용과 수출용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채택했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셋째는 집권초기 정책에 대한 정부 심판론이다.

대운하문제 영어몰입교육 공천파동 부자내각 등을 둘러싼 일반국민의 기본적인 불만을 풀면서 넘어갔어야 했는데 "잘 할테니 믿고 맡기세요"의 심정으로 밀어붙인 결과 민심은 이반되고 지지율은 떨어졌다.

결국 이러한 지지율 하락이 쇠고기 협상에 대해 "먹거리 문제까지 맘대로 하다니" 하는 심정과 연결되면서 폭발한 것이다.

일반국민에 대한 홍보와 진정성의 전달이 매우 미흡했던 결과이고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넷째는 소수이나 잘 조직된 진보진영 시민단체와의 소통문제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이미 이들과의 갈등을 예고했다.

"시민사회는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권리주장이 책임의식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시민운동가…도 더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청와대에는 시민사회수석실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들은 정권교체로 인해 침체해 있다가 '초기민심이반'이란 메가톤급 호재를 만나 불만을 결집하고 증폭시키면서 FTA 반대로까지 이슈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총장님의 인기가 떨어지면 학생회의 입지는 강화되고 시위는 격렬해진다.

잘 조직된 소수는 그래서 중요하다.

당장이라도 청와대에 시민사회수석실을 부활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의 소통이 끊기면 '거리의 정치'가 부활하고 국정은 혼란스러워진다.

이번 사태는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살리기를 통해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정치살리기 홍보살리기 소통살리기를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살리기는 힘들어졌고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