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휴교 시위 문자'가 한 수험생의 장난 때문에 발생한 어이없는 해프닝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광우병 괴담' '수돗물값 하루 14만원' 등과 같은 터무니없는 인터넷 괴담이 수그러들지 않고 확대 재생산된 것도 익명성을 무기로 한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행동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네티즌의 장난으로 시작된 메시지가 인터넷을 떠돌면서 마치 기정사실로 왜곡되고 결국 일부 중ㆍ고교생들을 선동해 시위 현장으로 나서게 하고 있다는 것.

26일 경찰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주장하는 촛불집회 사흘째인 지난 4일 오후 11시58분께 재수생 J군(19)은 여자친구(17)에게 '5월17일 휴교시위'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이를 퍼뜨려 달라고 요청했다.

문자를 받은 여자친구는 8분 뒤인 5일 오전 12시6분께 또 다른 인터넷 친구인 A군(17)에게 같은 내용의 문자를 전달하면서 친구들에게 퍼뜨려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오전 12시27분께 A군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10대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한 인터넷 카페에 올리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하는 한편 친구 서너 명에게 같은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가 처음 발송된 지 29분 만에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감기치료 10만원' '하루 수돗물값 14만원' 등 황당한 괴담도 '5·17휴교문자'처럼 비슷한 과정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기정사실처럼 확산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해명도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광우병 괴담 10문 10답'을 만들어 진화에 나선 지 20일 가까이 됐지만 별 소용이 없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부의 해명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왜곡해 해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키스만으로 광우병이 전염된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해명하면 "타액으로는 전염되지 않지만 뭔가 다른 걸로는 전염 된다는 뜻 아니냐"고 곡해해 받아들이는 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괴담은 정부의 해명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어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국제 사회에서의 비난 여론을 초래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네티즌들이 수만명이 사망한 중국 쓰촨성 지진 사태를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려 중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이 "중국 지진으로 인구가 좀 줄었겠군"과 같은 악담성 글을 올려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또 "조선에서 조공을 너무 받은 죄"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유포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철없는 네티즌들이 이웃나라의 아픔을 같이 나누지는 못할 망정 근거도 없는 소문을 마치 사실인양 유포하고 있다"며 "자칫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