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모든 고소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이 가능해지면서 사법부 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재정신청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사건의 고소인이 법원에 검찰 처분이 적절한지 물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종래 △공무원의 직권남용 △불법체포 감금 △독직폭행 등 3개 범죄에 한해 허용되던 것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하면서 담당인 서울고법은 사건접수가 폭주하는 반면,이와 관련한 헌법소원 사건은 감소 추세다.

26일 서울고법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서울고법에 접수된 재정신청 사건은 모두 1372건.2006년 한 해 동안 886건,지난해 678건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에는 254건에 불과했다.

법원은 올해 말까지 6500건 정도가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국 고법의 17개 형사부에서 한 재판부당 연간 400건 가까이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원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재정신청 사건 중 경제적 이해를 다투는 사건들이 다수를 차지해 부담면에서는 민사 본안 사건을 처리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또 훈시적 규정이기는 하지만 형사소송법에 처리시한이 3개월로 명시돼 있어 처리를 마냥 미룰 수만도 없다.

이에 따라 일선 법원에선 "민사 재판부를 줄이고 형사사건을 담당하게 하자"는 의견을 비롯해 "재정신청 사건을 민사와 행정 등에서 나눠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고 있다.

재정신청이 기각되거나 신청을 취소했을 때 신청인이 재판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규정을 엄격히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헌법재판소는 부담이 줄어 한결 낫다는 표정이다.

헌법 제68조 1항인 '공권력의 행사.불행사로 인한 헌법소원' 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이 재정신청 확대로 법원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 4월까지 헌법소원이 접수된 불기소 재정신청은 269건.지난해 같은 기간 437건에 비해 훨씬 줄었다.

사실 재정신청 사건은 여태까지 헌재 업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왔다.

청구사건의 3.3%만이 재기수사명령을 받았을 만큼 효율성도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헌재 관계자는 "이제 고유업무인 위헌법률심판,탄핵,권한쟁의 등에 주력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