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정부의 자원정책을 '총괄'한 고위 공무원들의 해당 보직 근속연수는 평균 1년이 채 안 된다.

장기간 노하우와 인맥을 쌓아야 할 자리가 업무파악하고 일을 할 만할 때쯤 되면 바뀌는 식이다.

또 외환위기 여파로 민간 기업에서도 사람을 키우지 못해 허리 역할을 할 과장ㆍ차장급 기술인력이 태부족이고 대학의 자원 관련 학과도 한때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또 자원개발의 실탄인 자금 면에서도 경쟁국이나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인 데도 해외자원개발 청사진은 2006년 3.2%인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2016년까지 28%로 높인다는 등 장밋빛 일색이다.

인력ㆍ자본ㆍ기술의 총체적 열세 속에서 허황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마다 바뀐 자원정책실장

정부 자원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성 부족이다.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현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자리는 지난 5년간 5명이 거쳐갔다.

이 중 2명은 그나마 자원과 거리가 먼 통상직 관료들이었다.

김대중 정부 후반 3년간 자원정책실장을 지내고 현재 주 나이지리아 대사로 나가 있는 김동원씨를 제외하곤 현재 자원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도 없다.

실무 과장이나 국장도 마찬가지.2003년 이후 산자부 재원개발과장(현 자원개발총괄팀장)을 거쳐간 관료는 8명이나 된다.

재직기간이 평균 8개월도 안 되고 심지어 4개월짜리도 있다.

2006년 6월 신설된 국장급 보직도 현재 윤상직 자원개발정책관이 벌써 '3대'째다.

지경부 에너지자원실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서기관급 이상 공무원도 경력 2년이 채 안 된다.

자원부문을 한직으로 여기는 공무원들의 보직 기피와 순환보직이 잦았던 탓이다.

한 민간 자원기업 관계자는 "정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일일이 다시 설명해야 한다"며 "이럴 바엔 민간전문가를 공모해 3~5년쯤 맡기는 게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자원과 무관한 경력의 관료ㆍ정치인 출신들이 자원 공기업 사장을 맡거나,자원외교가 절실한 국가에 관련 지식이 부족한 외교관이 나가기 일쑤다.

◆기술인력 허리가 빈약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잇따라 접으면서 전문인력을 대거 정리하고 신규 채용은 아예 중단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매각한 해외 자원사업이 26개에 이른다.

상황이 바뀌어 STX에너지,대우조선해양,SK가스,SK이엔에스 등이 자원분야 전문인력 모집에 나섰지만 국내 가용인력은 통털어 540명에 불과(2005년 조사)할 만큼 인력풀이 빈약해졌다.

석유분야만 놓고 보면 248명뿐이다.

이철규 해외자원개발협회 실장은 "지난 10년간 신규 채용이 없어 기술인력에 허리층이 사라졌다"며 "쓸만한 과ㆍ차장급이 거의 없어 한두 명만 빠져나가도 각 기업의 자원사업이 휘청거릴 정도"라고 말했다.

자원개발 관련 학과를 둔 대학은 1980년대 13개였지만 지금은 6개(서울대 한양대 동아대 전남대 강원대 해양대)만 남아 있다.

올 들어 서울대,동아대가 자원학과를 부활시켜 이 정도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자원학과 졸업생은 연간 100명,석ㆍ박사급은 30명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석원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국내 광업의 경제성이 떨어지고 학부 통합 여파로 대부분 대학에서 자원공학과가 한때 사라졌다"며 "당장 수요가 있는 인력 공급에만 치중하고 국가 전략산업 분야를 등한히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탐사ㆍ개발 전문기업 전무

석유와 가스 탐사ㆍ개발과 관련된 기술 분야는 더 형편없다.

세계 최대 에너지 탐사기업인 슐럼버거의 직원수는 7만여명,2위인 핼리버튼은 5만명에 달할 만큼 거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이런 류의 기업이 아예 없다.

세계 각지에서 에너지와 관련된 기술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문하는 전문회사가 수천 개에 이르지만 국내에선 어떤 회사가 해당 지역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지식경제부와 해외자원개발협회가 해외 컨설팅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축적하고 나름대로 순위를 매기는 작업을 올해 계획하고 있지만 작업이 워낙 방대해 연내에 끝낼지조차 불투명하다.

◆자원개발 움직일 돈도 부족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는 4조9000억원의 자기자본(작년 말 기준)으로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펴고 있지만 해상광구 하나 뚫는 데만 수백억원씩 들어가는 것에 비하면 결코 크다고 할 수 없다.

탐사에 성공해 원유를 뽑는 단계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의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국내에선 그런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하다.

미국에선 공모ㆍ사모펀드에서 개발 광구를 인수하는데 거액을 투자하고,개발업체는 이 돈으로 다시 모험적인 투자에 나선다.

국내에서도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유전펀드와 광물펀드 제도를 도입했지만 실적은 2006년 11월 조성된 유전펀드에서 석유공사가 개발한 베트남 15-1 광구에 2000억원(만기 5년)을 투자하고,지난해 12월 조성된 광물펀드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에 1300억원을 투자한 게 전부다.

해외에선 연기금의 자원개발사업 투자가 일반화됐지만 국민연금은 올해에야 처음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