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가 한국의 4개 대학병원을 임상연구의 전초기지로 삼은 것은 주어진 임상시험을 빠르면서도 완벽에 가깝게 끝내는 한국 의료진의 능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우호적인 정부와 제도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대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앤디 리 글로벌 연구개발그룹 임상연구기구 총책임자(부사장)는 지난 19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4개 병원을 하나의 컨소시엄으로 묶어 화이자의 핵심임상연구기관(CRS:Core Research Site)으로 선정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이같이 밝혔다.

CRS란 화이자가 세계 각국에서 진행하는 다국가 임상시험을 보다 신속하고 전략적인 목표에 따라 수행하기 위해 선정한 '특공대' 성격의 임상시험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다.

화이자는 한국과 함께 미국 폴란드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 5개 국가에서만 CRS를 선정했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유일하게 이 대열에 참여했다.

리 부사장은 "임상시험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 중 상품화될 확률은 5∼10%에 불과하다"며 "1상 및 2상 전기(前期) 임상시험 단계에서 상품화 성공 가능성 여부를 조기에 결정해야만 시간과 돈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그는 한국의 장점을 몇 가지 꼽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연구진은 임상시험을 수행할 과학적 검증 능력과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것.수도권에 200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밀집돼 임상시험에 필요한 대상자를 쉽게 충원할 수 있는 데다 의료정보화 인프라가 뛰어나 임상시험 결과를 빠르게 통계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지목했다.

아울러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반입이 다른 국가에 비해 수월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리 부사장은 "그동안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의사가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핵심(Core)이란 소수 정예의 의사가 가급적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단계의 임상시험을 수행해 임상시험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비용은 낮추며 질도 예전과 다름없게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임상시험에서 1상 및 2상 전기 단계의 연구는 과학 발전에 직결되고 3상 연구는 마케팅을 위해 이전의 임상 결과를 리뷰하는 종합예술에 해당한다"며 "한국이 코어 연구를 맡음으로써 거대신약을 자체 개발할 능력을 키우고 암 등 치명적 질환에 걸린 환자가 우수한 신약후보물질의 효과를 한발 앞서 누리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2012년까지 3억달러를 한국 내 신약 개발 연구에 투입키로 약속했으며 올해 다국가 임상시험에 340억원을 지출한다.

현재 400여건의 다국가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며 이 가운데 96건을 연내 한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