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나서 한참 후회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결과는 영 딴판이 돼버렸군요.

월트 휘트먼도 '내 안에 수많은 내가 들어있어 나는 나와 대립한다'고 썼고,사도 바울조차 '나는 나 자신의 행동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정말 알 수 없는 게 마음인가 봅니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의사가 쓴 《마음의 해부학》(토머스 해리스 지음,조성숙 옮김,21세기북스)을 읽으면서 그나마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됐습니다.

초판이 1969년에 나왔고 세계적으로 1500만부나 팔린 일반심리학의 고전이라는데,이번에 정식 완역본이 나왔군요.

저자는 마음의 구조를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부모 자아'와 '아이 자아' '어른 자아'가 그것입니다.

이들을 적절히 통제하면 대인관계에서 친밀한 소통이 가능하다는군요.

'부모 자아'는 태어나서 5세 때까지 인식한 외부 사건을 기록하는 저장소라고 합니다.

주로 부모가 보인 행동과 의견이 기록 테이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 자아'로 불립니다.

'거짓말 하면 안 된다' '꽃병을 깨뜨리지 마라' 등 수천가지의 '하지 마'와 '안 돼'가 저장돼 있는 곳이지요.

'아이 자아'는 부모 자아와 동시에 진행되는 기록입니다.

아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한 내용이죠.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시기에 느낀 좌절감도 여기에 기록돼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어릴 때 꾸지람 듣던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면 '아이 자아'가 발동해서 상실감이나 절망감,거부감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만 있다면 우리 인생에 별다른 희망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생후 10개월 때부터 움트기 시작하는 '어른 자아'가 있군요.

아기는 걷기 시작하면서 집안을 돌아다니며 '모험'에 나서고 나이가 들면서 어른들 몰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장난'도 저지르지요.

'어른 자아'는 처음에는 연약해서 부모 자아나 아이 자아에 파묻히지만 나이가 들수록 강력해진다고 합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여러 얼굴을 갖고 있고,생각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른 얼굴이 불쑥 튀어나와 당황하게 되지요.

그럴 때 바로 '어른 자아'를 일깨우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저자는 얘기합니다.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고 어른 자아를 발동하는 것이 곧 이성이며,편견과 고정관념에서도 자유로워지는 길이라는 걸 이제야 배웠습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