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봄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를 방문할 기회가 생겨 한국 촬영소와는 규모에서 비교가 안 되는 그곳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당시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있던 영화는 작년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3'.또 TV 드라마 'CSI-뉴욕'도 촬영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야외 세트장을 돌아보다 마치 수영장처럼 생긴 주차장에서 너무도 반가운 깃발을 봤다.

그 깃발에는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제목이 선명히 찍혀 있었다.

1981년 '레이더스'로 시작해 '인디아나 존스'(1984년),'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년)으로 이어진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었다.

젊은 관객들이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개봉주 일요일 아침에 종로3가 거리에는 긴 줄이 생겼다.

1회 상영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이었다.

100m가량의 그 줄이 당시 '인디아나 존스'의 인기를 말해줬다.

중절모와 채찍,그리고 쿨한 미소를 무기로 고대 유적지를 종횡무진 돌아다니는 인디아나 존스를 보며 모험심을 키운 청소년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 1989년 '최후의 성전' 이후 더 이상 '인디아나 존스'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십여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과거의 영화를 돌이켜볼 수 있고,그 당시의 향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시리즈물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다.

'리쎌웨폰 4'(1998년)의 엔딩 크레디트를 보면 1편 때부터 촬영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앨범처럼 보인다.

뭐랄까.

그 엔딩 크레디트에는 1987년 1편부터 20년간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우정과 앞으로 '리쎌웨폰' 시리즈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함께 느껴지는 찡한 감동이 있었다.

작년 '록키 발보아' '다이하드4.0'이 반가웠던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에 몇 년 전부터 기다리던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을 기자 시사를 통해 봤다.

지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다시 보는 것 같은 아날로그 액션은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60대 중반을 훌쩍 넘긴 해리슨 포드의 멋진 모습은 그의 나이를 잊게 만들었다.

예전에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이라는 영화로 해리슨 포드와 인터뷰할 때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등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당신의 팬이라고 하며 "당신의 영화를 보며 멋진 모험의 영웅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특유의 저음으로 "당시의 나를 기억하고 있어줘서 고맙다"며 "내가 슈퍼 히어로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연기를 하고자 한 적도 없다.

현실성이 없는 역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용기를 얻고자 할 때 그런 걸 줄 수 있는 캐릭터가 좋다"고 답했다.

아마 요즘 10대나 20대 관객들 중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극장에서 본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디지털 액션에 길들여진 요즘 관객들이 과거의 아날로그 어드벤처 액션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1980년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통해 느꼈던 모험심과 용기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원 영화칼럼니스트 latehop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