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유가가 주가와 당분간 불편한 동반자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강문성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년동월대비 100% 넘게 유가가 올랐지만 유가상승에따른 소비둔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아직은 유가가 어느 정도로 올라야 소비둔화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확인되지 않은 우려가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최근 유가의 강세 지속 가능성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초만해도 유가 강세를 약달러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대세였지만, 최근 달러 반등세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급등하고 있다”며 “약달러의 결과가 아닌, 유가 상승 지속 전망이 주류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이로 인한 향후의 경제 파장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 신호가 지금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강한 상승세가 이어지면 결국 소비둔화가 시작되는 임계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주요한 저항선까지 반등한 세계 증시가 유가 강세를 빌미로 조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3월 중순 전 세계 증시가 저점을 찍고 이렇다 할 조정 없이 반등세를 이어오면서 상승 피로감이 누적됐는데, 유가 강세를 조정의 빌미로 삼아 최근 이를 해소하고 있다는 것.

강 애널리스트는 “현재 조정이 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증시 조정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고유가 우려가 펀더멘탈적 측면까지 확장된다면 결국 기업실적 전망도 하향 조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자에 따른 조정이라면 이번 조정이 이제껏 반등세를 되돌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상승 피로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재차 증시가 반등세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강 애널리스트는 “유가 상승에 따른 본격적인 소비 둔화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유가 상승 자체가 증시 하락을 주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소비 둔화를 이끌 정도의 임계치에 도달할 때 나타날 유가의 하락 반전이 증시에 미칠 파장이 훨씬 더 클 것이라는 의견이다.

따라서 우리 증시의 조정폭은 과거의 조정폭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조정폭 하단은 60일 이평선이 놓여있는 1700 중반 수준까지 볼 수 있겠지만 일차적인 저가매수 영역은 그 이전 1800 전후 수준에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유가와 주가간의 이별은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은 불편한 동반관계가 좀 더 지속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시각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