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단체장 공석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프로젝트와 예산 편성 등 주요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정동극장과 국립합창단은 6개월째,국립오페라단과 예술의전당은 2개월째 단체장 발령이 나지 않아 이달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작업이나 새로운 프로젝트 기획 등 굵직한 업무를 미뤄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지난 3월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지닌 문화 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발언한 뒤 나타난 것.

하지만 유 장관이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예술단체장은 가능한 한 공모가 아닌 추천으로 인선하겠다"고 말해 인사가 또다시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난감한 곳은 정동극장.유 장관이 "정동극장장은 새로 뽑지 않고 올 하반기 출범하는 명동예술극장의 극장장 지휘 아래 두겠다"고 밝혀 단체장없이 반년을 더 버텨야 한다.

이달 초 결정됐어야 할 내년 예산안의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6개월째 단장이 없는 국립합창단도 마찬가지.단체 특성상 단장이 지휘와 단원 연습,예술감독 등 실무적인 업무까지 같이 해야하기 때문이다.

조화영 국립합창단 홍보담당은 "공연 때마다 단원들이 외부 지휘자의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공연 때마다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도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섭외 등 세부적인 사안들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단장이 예술감독을 겸하는 국립오페라단은 6월9일로 예정된 오페라 콘체르탄테 '에프게니 오네긴'을 총지휘할 사람이 없어 정은숙 전 단장이 사표를 제출하고도 연습실에 나올 정도다.

예술의전당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올해 사업계획은 나와 있고,내년 공연 기획은 공연장이 확보돼 있기 때문에 다른 단체만큼 급하지는 않다.

하지만 내부인사의 업무대행만으로는 대형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