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기업간 협력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 영업환경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연구성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향후에도 이같은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신약개발사인 이큐스팜은 20일 유한양행과 당뇨병 치료제 공동연구 및 개발을 위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양사는 당뇨병 치료제 선도물질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했다.

이큐스팜은 가상 검색 기술을 통해 신약후보 물질의 발굴 기간을 단축하고 정확성을 향상시켜 당뇨병치료제(IDR-105), 항암제(IDR-805), C형 간염치료제(EQ-701), 성기능 개선제(IDR-301), 항말라리아제(IDRM-807) 등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이에 앞서 지난 2일 크리스탈지노믹스와도 전략적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은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56억원(130만주)을 투자하고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해외사업 및 연구개발 업무에 협력할 예정이다. 증자가 완료되면 한미약품이 조중명 대표에 이어 2대 주주(지분율 12.8%)가 된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의 미국내 임상 1상을 완료했고, 현재 유럽 3개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분자표적 항암제 및 슈퍼세균을 박멸하는 신개념 항생제에 대한 전임상도 실시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한미약품의 크리스탈 증자 참여에 대해 국내 바이오기업과 제약회사간의 새로운 윈-윈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판단했다.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의 독립성을 확보하면서도 연구개발 비용을 조달할 수 있고 향후 임상 2상 전후로 예상되는 라이센싱 시점에서의 협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약회사로서는 다양한 질환의 신약후보물질 파이프라인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연구협력이 가능하고, 향후 상업화 추진 과정에서도 유기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영인프런티어도 지난 14일 종근당과 항체신약 공동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에 합의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 체결에 따라 양사가 첫 번째로 암치료제 공동개발에 들어가고, 앞으로도 다양한 암 질환 및 면역질환 등에 대한 항체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에도 제약사와 바이오기업간의 제휴는 이어질 전망이다. 대우증권은 "국내 제약회사들은 신약개발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투자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외국에서 판매중인 신약을 들여와서 판매하는 방식의 사업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지만 더 이상 기존의 사업방식으로는 제약회사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력이 있는 신약 개발 바이오업체와 자금력이 뒷받침 되는 대형 제약사간의 제휴는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다만 투자자들은 제휴의 성과가 단기에 나오기는 어렵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