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제2의 중동' 중앙아시아에서 자원외교 `순항'을 신고했다.

9박10일간의 중앙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하는 한 총리는 이번 중앙아 순방에서 대규모 석유.가스 광구를 확보하는 한편, 한-중앙아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잠빌 본계약..1개 유망광구 독점조사 = 이번 중앙아 순방에서는 카자흐스탄 잠빌 해상광구(추정매장량 10억배럴) 지분 27%를 8천500만달러에 인수하는 본계약이 체결됐다.

잠빌광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카자흐 정상회담을 통해 투자에 합의한 뒤 지분인수 가격 등으로 진통을 겪다 한 총리의 카자흐 방문을 계기로 4년만에 본계약이 성사됐다.

또 우즈베키스탄 양기카즈간 광구에 대한 독점조사권을 확보했고 우즈베크의 우준쿠이 가스전(추정 1천500만t)과 나망간.추스트 광구(추정 6천700만배럴)를 공동으로 탐사하는 계약도 이번에 완료됐다.

한 총리는 우즈베크 양기카즈간 인근 가스전(6천300만t)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카스피해 해상광구에 대해서도 개발참여를 요청해 긍정적 답변을 얻어냈고 36개 광구를 보유한 카자흐 민간석유업체인 MMG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우즈베크와 카자흐에서는 2건의 우라늄 장기도입 계약을 체결, 연간 수요량의 20%를 충당할 수 있는 5천740t의 우라늄을 확보했으며 우즈벡 알마릭광산 인근 광물조사 및 평가, 몰리브덴.중석광구 독점조사권도 따냈다.

◇경제협력.기업진출 확대 = 한 총리는 한-투르크멘 경제협력 공동위 설치, 한-우즈베크 총리 핫라인 설치, 각종 전력.건설.외교분야 양해각서(MOU) 체결 등을 통해 향후 경제협력 기반을 마련했고 순방국들을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등 3억6천만달러 공여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또 이번 순방을 통해 국내 기업의 중앙아 진출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기업 수주물량은 투르크멘 버스.택시공급, 카자흐 우편물류 현대화, 아제르 다목적타운 건설 등 총 7건에 7억달러이고 정부가 중앙아 각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기업수주 물량도 9건 96억달러에 달한다.

한 총리는 또 이번 순방에 64명의 경제인을 동행, 순방국별로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했고 우즈베크와 카자흐, 투르크멘 3개국에서는 국내기업 32개사가 중앙아 정부부처 및 기관장 20명을 개별면담했다.

◇쌍방향 전략 주효 = 총리실은 이번 중앙아 순방에서 쌍방향, 고위급 담판외교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자평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우리의 압축성장 경험과 사회간접자본 현대화, 건설.전력.섬유분야 기술 등을 전수한다는 패키지형 전략이 주효했다"며 "점진적 개방정책을 취하는 투르크멘이 이번에 문호를 개방한 것도 상호호혜적 쌍방향 자원외교의 성과"라고 밝혔다.

또 한 총리는 순방기간에 유엔총회 의장 등을 거치면서 쌓은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앙아 정상을 상대로 노련한 외교력을 보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한 총리는 잠빌광구와 관련, 카자흐 대통령에게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강조하며 결단을 촉구해 본계약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 총리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카자흐 대통령은 석유값이 오른 만큼 지분계약 조건을 바꾸는게 당연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제가 `한국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생각해 예외로 해달라'고 했고 카자흐는 한국을 배려해 예외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바쿠<아제르바이잔>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