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번개가 치는 가운데 펼쳐진 7시간여의 인내심 싸움.아시안게임 2관왕의 화려한 경력도 '1인자'의 뒷심을 당하지 못했다.

국내 여자골프 내셔널 타이틀인 '태영배 제22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우승컵의 주인공은 신지애(20·하이마트·사진)였다.

신지애는 18일 태영CC 서중코스(파72)에서 끝난 대회에서 3라운드 합계 3언더파 219타로 '후배' 유소연(18·하이마트)과 공동 선두를 기록한 뒤 연장 세 번째 홀에서 유소연을 따돌렸다.

차이나레이디스오픈 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3승째,2006년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이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통산 16승(국내 15승,일본 1승).

유소연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선 신지애는 전반까지만 해도 유소연과 격차가 4타로 벌어져 우승이 물건너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의 위력은 후반 홀을 더할수록 빛을 발했다.

11,12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고 1타차로 접근한 신지애는 짧은 파4홀인 17번홀에서 이날 네 번째 버디를 추가하며 유소연과 공동 선두를 이뤘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그립이 젖고 그린에 물이 괼 정도로 빗줄기가 굵었던 데다 간간이 번개도 쳐 연장전은 '인내심 싸움'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두 번째 홀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1.5~3m 거리의 버디 기회를 날려보낸 신지애는 세 번째 홀 경기에서 파를 잡고,보기 퍼트를 남겨둔 유소연을 제치고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 선수는 이날 오전 10시40분에 경기를 시작했고,연장전은 오후 5시50분에 끝났으니 무려 7시간10분의 사투를 벌인 것이다.

유소연은 2위에 머물렀지만,신지애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기대주'로 떠올랐다.

168㎝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260야드의 장타와 위기 순간에도 움츠러들지 않는 배짱은 신지애를 견제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분석이다.

유소연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