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들이 행정안전부의 대국(大局)-대과(大課) 편성에 맞춰 '2차 조직개편'을 해야 하는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행안부가 먼저 전체 조직의 25% 선인 '3국 40과'를 없애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시범(?)을 보였지만,이게 의무사항인지 권고에 그치는 것인지 청와대 지침을 기다리며 눈치만 보고 있다.

◆행안부 "시범 보여주마"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22개 국-164개 과'를 '19개 국-124개 과'로 슬림화하는 내용의 '행안부 직제개편안'이 통과됐고 행안부는 최근 여기에 맞춰 인사발령까지 끝냈다.

이번 개편으로 과 평균 인원이 본부는 12.2명에서 17.4명으로,소속기관은 23.5명에서 28.4명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이는 지난 4월 각 부처에 내려보낸 정부조직관리 지침 속 '조직설계 기준'에 맞춘 것이다.

기준에 따르면 중앙부처 1개 과의 최소 인원은 10명 이상이어야 한다.

실·국별로 평균을 냈을 경우 과별 인원이 15명 이상일 때만 10명 미만인 과를 둘 수 있는 것으로 했다.

아울러 과가 최소한 3개는 모여야 '국'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1차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공무원 자릿수를 3400여개 감축했다.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라는 평가속에서도 한편으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당초 감축안 7000명의 절반 남짓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행안부는 이 같은 1차 조직개편의 미비점을 보완한다는 명분으로 각 부처에 조직설계 기준을 내려보냈다.

아울러 일종의 '시범 케이스'로 자기 부처 조직부터 정비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행안부발(發)' 2차 조직개편 바람이 다른 부처로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대부처 '일단 관망'

하지만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등 주요 대부처는 행안부 기준에 맞춘 2차 조직개편을 선뜻 실시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의 뜻이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제 살 깎아먹기'식 구조조정안을 앞장서 마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 부처에는 현재 1개 과 인원이 채 10명이 안 되거나 실·국별 평균이 15명에 미치지 못하는 구조조정 대상 부서가 전체의 30%가량 된다.

재정부 환경부 등은 행안부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편안을 준비했다가 행안부 이외에는 '총대를 메는' 부처가 없자 슬그머니 덮어뒀다.

특히 재정부는 '2차 조직개편'에 대비해 사무실 칸막이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가 최근 현 조직안을 기준으로 공사를 재개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개편을 추진한 것은 아니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검토해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경부 농림수산식품부 등은 2차 조직개편을 검토조차 하지 않은 케이스다.

지경부 관계자는 "행안부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청와대 측으로부터 아무런 추가 지침을 받은게 없다"며 "조직설계 지침은 사실상 권고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나는 분위기여서 우리가 먼저 구조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 차질 길어져

추가적인 조직개편 실시 여부가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보니 부처마다 업무 차질이 길어지고 있다.

일부 부처는 내선번호가 확정되지 않아 비상연락망을 임시로 운영하는가 하면 일부 국·과장들은 아직도 신분 불안에 떤다는 것이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정부 출범 80일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청와대만 쳐다보며 '가설 정부'로 있어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밝혔다.

차기현/김태철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