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차세대 전자사업 분야에서 잇달아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4일 북미지역 모바일 TV 표준 기술 규격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15일에는 LCD(액정표시장치) TV 패널을 상대 회사로부터 구매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그룹사가 손을 잡은 것은 샤프,마쓰시타 등 일본 전자업체들이 카르텔을 형성해 한국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대만,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한층 거세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만 업체 추격 따돌리자"


대만의 LCD 패널 업체들은 이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턱밑까지 추격한 상태다.

국제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으로 2000년 10% 수준이던 대만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42%까지 높아졌다.

44%를 기록한 한국과 불과 2%포인트 차이다.

대만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부족한 LCD 패널 물량을 대만으로부터 구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대만의 대표적인 LCD 패널 업체인 AUO의 최대고객으로 이 회사가 생산한 TV용 패널의 40%를 사가고 있다.

삼성그룹과 LG그룹 간 LCD 패널 상호구매가 활성화될 경우 대만 업체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 업체들이 한국의 고객사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삼성과 LG가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하면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만 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면 내년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LCD 패널의 공급과잉 현상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차구매 규모,삼성전자에 달렸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LG그룹과의 LCD 패널 교차구매건을 떨떠름하게 생각해왔다.

LG그룹의 요구대로 LG디스플레이의 37인치 패널과 삼성전자의 52인치 패널의 교차구매가 이뤄질 경우 LG그룹이 보는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37인치 LCD TV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인 반면 52인치급은 이제 막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분위기는 아직 완전히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상완 삼성전자 LCD총괄 사장은 이날 한국디스플레이협회 행사에서 "52인치 패널을 LG전자에 제공할지 여부와 물량 규모는 7월 중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LCD 패널 교차구매에 삼성그룹과 LG그룹이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는 지식경제부 발표문에 비해 신중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들뜬 분위기다.

회사 관계자는 "정부와 함께 협의한 내용인 만큼 교차구매가 무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양사가 최소 5만장가량의 패널을 교차구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에 참가한 한 업계 관계자는 "지식경제부의 적극적인 요청에 따라 삼성전자가 교차구매를 결정했지만 당장 7월부터 유의미한 물량의 교차구매가 일어날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