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쓰촨성 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15일.피해 지역에서는 댐 붕괴에 따른 2차 재앙이 현실화되지 않을까하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진앙지 원촨현 인근에 있는 인구 50만명의 도시 두장옌에서는 상류에 있는 쯔핑푸 댐이 붕괴되면 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매몰자들을 휩쓸고 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환경운동가인 양용은 "댐 붕괴는 지진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두장옌에서 북쪽으로 9㎞ 떨어진 높이 156m 크기의 쯔핑푸 댐.댐 위로 나있는 2㎞ 길이의 2차선 도로와 인도 사이가 30㎝ 이상 벌어져 있었다.

도로 난간의 5분의 4는 떨어져 나간 상태였다.

댐 자체에도 10㎝ 이상의 균열이 나있고,산 위에서는 바위가 굴러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균열을 막기 위해 긴급 투입된 2000여명의 군병력이 작업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댐 왼편에선 커다란 물보라가 솟구치고 있었다.

댐에 가해지는 수압을 줄이기 위해 상류에서 물을 빼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댐의 저수용량은 11억1000㎥.댐 관리 관계자는 "계속 물을 방류해 저수용량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라고 전했다.

고비는 넘겼다는 표정이었다.쯔핑푸 댐은 건설 당시 단층지대에 있어 위험하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댐 인근 산자락에 있던 집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쯔핑푸 댐만이 아니다.

이미 이번 지진 사태로 391개의 댐들이 피해를 입었다.

중국 수리부는 쓰촨성은 물론 충칭 윈난 간쑤 산시 등 지진피해 지역으로 전문가들을 급파해 댐 붕괴를 예방토록 조치했다.

더욱이 계속되는 산사태로 일부 강이 막히며 칭촨현 등에서는 커다란 저수지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폭우가 다시 올 경우 홍수로 이어져 구조작업에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쓰촨성과 인근 지역에 있는 핵시설이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프랑스의 핵감시기구인 '방사능 보호와 핵안전기구'는 "중국 핵시설들이 잠재적인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1만9000명이 매몰된 것으로 전해진 멘양시에는 중국에서 가장 큰 핵연구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수오염설 등 근거없는 유언비어도 주민들의 공포심을 키웠다.

원촨현 인근 베이촨현은 공포와 절망 그 자체였다.

해발 500m에 위치한 이곳을 가기 위해 산속으로 난 2차선 도로를 따라 20㎞를 걸었다.

베이촨현의 중심지역은 폐허였다.

지난 12일 지진으로 이 지역을 둘러싼 산들이 한가운데로 밀려들어오면서 아파트와 상가 그리고 학교는 폭싹 부서졌다.

소학교와 대형 상가가 각각 3개씩 있을 만큼 넓은 주거지로 수만명이 평화롭게 살던 이곳은 흙과 바위로 뒤덮인 땅이 돼버렸다.

이곳에 있는 쓰촨베이촨 중학교.5층 건물은 지하실까지 주저앉아 높이가 5m도 안됐다.

층층이 쌓인 벽돌 사이로 상체만 나와 있는 앳된 학생의 시신이 보였다.

하반신이 건물에 짓눌린 핏기 없는 얼굴 옆에는 또 다른 시체가 하반신만 밖으로 튀어나온채 눌려있었다.

학교 안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포크레인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거둬내고,한쪽에선 벽돌을 손으로 헤치며 시신을 꺼내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엔 보라색 비닐봉지에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인민해방군의 손에 들린 시신들은 트럭에 차곡차곡 쌓여 어디론가 사라졌다.

혹시 전염병이 퍼질까 뿌리는 약물이 눈을 따갑게 만들었다.

미친듯이 아이의 이름을 부르던 양씨라는 아주머니는 "우리 아들이 지하 2층에 있다"며 울부짖었다.

학교 앞에서 베이촨현 중심가로 통하는 도로는 하늘로 치솟아 있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편의 땅들이 밀려들어오면서 7∼8m는 융기됐다.

도로옆 배수로가 까마득히 아래로 내려갔고, 아스팔트는 부서진 널판지처럼 조각나 있었다.길가에는 산에서 떨어진 집채만한 바위에 짓눌려 천장과 바닥이 달라붙은 자동차도 있었다.

곳곳에 흩어진 부서진 차들 사이로 천조각에 쌓인 시체들이 길바닥에 놓여 있기도 했다.

진앙지 원촨현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더욱 참담했다.

구조대가 속속 진입하고 있지만 외길이 끊겨 중장비는 들어가지 못해 구조대들이 손으로 땅을 파며 생존자를 구하고 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