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 사업권.통신망도 없어 법 어기는 셈

삼성네트웍스 ‥ 원가 싼 경로 활용 소비자 부담 줄여

삼성네트웍스가 휴대폰 통화요금을 평균 30% 이상 낮춰주는 요금절감 서비스 '감'을 출시하면서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기존 휴대폰에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면 요금을 쉽게 줄일 수 있는 '감'은 지난 14일 출시되자마자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현 정부는 '통신비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후퇴했지만,'감'이 한방에 30%를 낮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업체들은 이 상품이 '각종 위법의 소산'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통신망이나 사업권 어느 하나 갖지 못한 회사가 이동전화는 물론 국제전화까지 요금을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것.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삼성네트웍스를 대동강 물을 팔아 장사한 '봉이 김선달'에 비유하기까지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소하겠다는 강경론도 나오고 있다.



◆요금이 30% 싼 이유

'감'을 이용하면 국내통화 요금이 10초당 14원으로 기존 이동전화 요금(SK텔레콤 10초당 20원)에 비해 30%,국제전화 통화 요금은 평균 81% 저렴하다.

다만 이 서비스는 기존 휴대폰 통화 방식에 비해 연결 시간이 2~3초 더 걸리며,통화품질이 다소 나쁘다.

요금을 낮추기 위해 일반 통화 방식과 다른 우회 경로(080 수신자 부담)를 한번 더 거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삼성네트웍스가 활용하고 있는 080수신자 부담전화 경로는 당초 기업들의 소비자 애프터서비스 업무용으로 개발됐다.

소비자들이 통신료 부담없이 각종 민원이나 소비정보를 해당 기업에 문의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다.

통신요금은 전화를 받은 기업이 부담하게 돼 있다.

방통위는 대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080 경로를 이용할 경우 통화료를 일반 전화 경로보다 싸게 해줬다.

문제는 기업용으로 쓰이던 080 수신자 부담 전화가 일반 소비자 간의 전화까지 연결할 수 있도록 발전하면서부터다.

전화를 건 사람이 요금이 싼 080경로로 삼성네트웍스에 전화를 걸면,삼성이 해당 신호를 소비자가 통화를 원하는 휴대폰이나 집전화로 다시 연결시켜 주는 시스템을 개발한 것.망이 없는 삼성네트웍스가 교환기라는 장비만 갖고 이동전화나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위법이냐 틈새냐

이동통신사들은 삼성네트웍스의 서비스가 통신법 상의 업무영역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이동전화,시내전화,유선전화,국제전화 등으로 구분해 기간통신사업자를 선정하고 대가로 출연금도 받는데 해당 권리가 없는 삼성네트웍스가 이동전화와 국제전화 요금 상품을 내놓았다는 것.

삼성에 유선망을 빌려준 온세텔레콤이 약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약관에 따르면 삼성네트웍스는 SK텔레콤에 10초당 5.1원,온세텔레콤에 10초당 15.3원의 접속료를 각각 내야 해 최소 10초당 20.4원의 원가가 든다.

온세텔레콤이 약관보다 가격을 깎아주지 않았다면 10초당 14원이란 '감'의 요금 구조가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교환기 하나만 갖고 있는 사업자가 모든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누가 수조원을 들여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정부에 출연금을 내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삼성네트웍스는 080 수신자부담이 정당한 별정통신 사업의 영역이라며 불법 의혹을 일축했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실시한 법률 검토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네트웍스의 관계자는 "접속료가 정당한가 문제는 사업자들의 문제이지 소비자의 문제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15일부터 요금절감 서비스의 법적 타당성 검토를 위해 사업자들의 의견을 묻기 시작해 관련 논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