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관들 새 정부에 관심 고조

월가 등 해외 유력 기관투자가들은 새 정부가 기업친화적 자세(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ㆍ달러 환율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른 것에는 일부 우려를 표명했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영국 런던에 이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잇따라 개최한 '상장기업 합동 글로벌 투자설명회(IR)'에서 해외 주요 기관들은 새 정부가 내놓을 경제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뉴욕IR에서 만난 개리 릴리 모건스탠리 아시아·태평양 주식 총괄책임자(전무)는 "새 정부가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표방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며 "투자자들에겐 한국시장을 보다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중요한 것은 새 정부의 '레토릭'(미사여구)이 아니라 실제로 내놓을 구체적인 정책"이라며 "많은 월가의 투자자들이 새 정부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해외 기관들은 원화 환율상승,원자재값 급등 등 부정적인 대외 환경에서 금리인하를 포함한 새 정부의 대응 전략을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런던 투자설명회를 찾은 한 헤지펀드매니저는 "원화 환율의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한 기관투자가는 "월가 투자자들은 대부분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며 "급격한 환율 상승은 한국증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에드워드 로열런던 선임 펀드매니저는 "한국은 다른 아시아지역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어서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부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로열런던은 660억달러의 연금 및 보험사 자금을 운용 중이며 아시아펀드(일본 제외)에만 1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증시에 대해서는 대체로 저평가돼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개리 릴리 총괄책임자는 "상당수의 월가 투자자들은 한국 주가가 여전히 싸다고 보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가치투자 전문가들은 은행업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는 데다 한국 시장도 글로벌 경제에 동조화될 수밖에 없어 시장 전체를 사기보다는 유망종목을 중심으로 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런던의 헤지펀드 관계자는 "원화 환율 상승 등으로 이익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수출업체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