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신고를 한 고등학생을 상담실로 불러 집회신고 배경 등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15일 전북지방경찰청과 해당 학생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11시5분께 전주 덕진경찰서 정보과 소속 A형사는 전주시내 모 고등학교에 찾아가 촛불집회 신고를 낸 이 학교 3학년 B(18)군을 담임교사를 통해 상담실로 불러낸 뒤 집회신고 배경 등을 조사했다.

이 시간에 B군은 교실에서 한국지리 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군은 "수업 종료 몇 분 전에 담임 선생님과 학생부장 선생님이 불러 상담실에 갔더니 사복형사가 있었다"며 "학생부장 선생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당히 위축된 상황에서 5분 가량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A형사는 이 과정에서 B군이 어떤 인터넷 카페에 소속돼 있으며 누가 지시했는지, 인터넷 모임의 운영자가 누구인지 등을 조사했다.

앞서 B군은 자신이 속한 인터넷 카페가 주최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를 신고하기 위해 지난 5일 오후 전주 완산경찰서에 집회신고를 냈었다.

B군은 경찰이 다녀간 다음날인 7일 집회 취소를 경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일반 집회와는 달리 고교생이 집회신고를 낸 점에 주목해 집회 성격과 참가 학생 규모 등 일상적인 정보활동을 펼쳤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다"며 "B군을 부른 것도 수업 중이 아닌 쉬는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B군은 "사건이 알려지자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불려 나간 것이 알려지면 '네 담임이 잘린다'며 '쉬는 시간에 조사를 받았다'고 외부에 말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학교 명예가 실추되지 않게 말을 잘 하라고 했을 뿐 축소.은폐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전주 덕진경찰서 홈페이지는 항의하는 누리꾼들이 한꺼번에 몰려 일시적으로 접속이 어려울 정도였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