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및 유통업계에 M&A(인수.합병) 바람이 거세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이랜드의 홈에버(옛 까르푸)를 인수한 게 기폭제가 되는 분위기다.

G마켓 등 인터넷 쇼핑몰,중소 택배업체,나드리 더페이스샵 등 화장품,두산주류 등 주류업체가 잠재적인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한동안 G마켓의 매각 추진으로 들끓었던 인터넷 쇼핑몰 업계는 최근 잠잠한 분위기다.

G마켓 최대주주인 인터파크가 가격 차이 등을 이유로 매각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매각설이 나돈 옥션도 해킹 사태 등으로 인해 M&A 이야기가 쏙 들어간 상황이다.

택배업계에는 조만간 M&A 바람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올해 초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새 둥지를 틀면서 메이저 택배업체 간 M&A는 마무리된 상태다.

국내 택배시장이 현대택배,대한통운,CJ GLS,한진택배 등 '빅 4'로 재편된 가운데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부,동원,유진,신세계 등은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대기업 간 경쟁이 심해졌고 국토해양부의 화물차 증차 금지로 배송 차량과 인력 확보도 어려워진 데 따른 것이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나눠 가질 몫이 적은 국내 택배시장에 대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제살깎아 먹기가 치열해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 추가 M&A가 잇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동부 동원 유진 등의 일선 영업소는 치열한 경쟁구조를 버티기 힘들어 어떤 식으로든 중위권 업체의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주류업계에서는 '처음처럼'의 두산주류BG가 잠재적인 매물로 꼽고 있다.

'청정원'을 대상에 넘기는 등 두산그룹이 식음료 분야를 축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주업체만 남겨둘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음료와 양주에 이어 소주까지 가지면 주류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는 롯데칠성,소주 시장 진출을 노리는 디아지오코리아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패션,화장품 등 뷰티업계도 연초부터 M&A설에 휩싸였다.

국내 3위 화장품 업체인 '더 페이스샵'도 매물로 나왔다.

더 페이스샵을 창업한 정운호 회장이 2005년 지분 70%를 홍콩 바이아웃 펀드(기업 인수 후 가치를 높여 되파는 펀드) 어피니티 이쿼티 파트너스에 넘긴 지 3년 만이다.

프랑스 국적의 세계 최대 화장품 업체인 로레알이 더 페이스샵에 관심을 보였으나 가격이 맞지 않아 철회했다.

화장품 업체 가운데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더 페이스샵은 다시 사모펀드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더 페이스샵 관계자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정 회장이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매각 진행 상황과 관련,어피니티 측도 "어떤 상황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어피니티는 2004년 UBS캐피털아시아태평양에서 분사한 홍콩 소재 바이아웃 펀드로,국내 하이마트와 더 페이스샵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말 하이마트를 유진기업에 매각한 바 있다.

대상그룹이 인수한 중견 화장품 업체 나드리도 조기 재매각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대상그룹은 2006년 9월 중견 화장품 업체인 나드리를 인수,경영 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드리를 인수한 지 1년이 갓 지난 시점에서 한태수 대표가 사임하고 후임 대표 선임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조기 재매각설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한섬이 빼놓을 수 없는 M&A 단골 손님이다.

작년까지 인수 금액과 날짜까지 확정됐다는 등의 소문이 나돌던 한섬이 M&A설에 다시 휩싸이고 있다.

대기업뿐 아니라 4개의 패션 중견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섬이 '에스제이' '마인' '타임' '시스템' 등 많은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를 보유해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섬은 '사실무근'이라고 딱 잘라 말하고 있다.

이랜드 계열의 대형마트 홈에버는 지난해 노조 파업,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실적이 악화한 데다 까르푸 인수 자금 상환 시점이 다가와 구원투수로 홈플러스를 맞게 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진수/장성호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