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4일 삼성전자 경영사령탑 윤종용 대표이사 부회장의 퇴진과 이윤우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의 후임 발령 등 '깜짝' 사장단 인사로 '쇄신안 이후'의 전열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부회장의 퇴진 발표는 안팎에서 다소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삼성 현장 CEO의 맹주이자 재계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으로 인정받고 있고, 삼성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그마저 버리는 카드로 쓸까 하는 관측이 그동안 우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부회장은 삼성 최고경영진 사이에서 들려오는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을 뒤로 한 채 지금이 퇴진의 적기라고 판단, 대표이사 부회장직을 내놓고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는 단안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윤 부회장의 퇴진에 맞물린 후임 이윤우 대표이사 부회장 선임은 그가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이제 이윤우 부회장은 핵심에서 비켜난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았다는 점에 비춰 주목받을만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그의 대표이사 부회장 기용에 대해 "큰 조직을 이끌 리더십을 두루 갖추고 있어 초일류 도약을 위한 새로운 전략 추진의 적임자"라고 배경을 풀었다.

이 부회장이 앞으로 윤 부회장에 버금가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영 현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부회장의 바통 터치에 따른 인사 요인이 생기면서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이 이윤우 부회장이 맡아온 대외협력담당 부회장으로 이동했고, 황창규 사장은 직급상으로는 부회장 승진없이 사장으로 유지됐지만 기술총괄로 이동하면서 사실상 영전했다고 이인용 삼성전자 전무가 말했다.

황 사장은 이번에 반도체총괄이라는 '삼성의 힘'을 대표하는 비즈니스는 손에서 놓은 셈이지만 그동안 부회장이 맡아온 기술총괄 자리를 꿰차면서 차기 삼성전자 총괄 대표이사 부회장 경쟁에서 다른 사업총괄 사장보다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그동안 황창규 사장을 포함해 최지성 정보통신총괄, 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이상완 LCD총괄 사장 등이 이른바 '포스트 윤종용'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물론 이 대열에 이기태 대표협력담당 부회장도 들어가 있다.

황 사장의 반도체총괄 비즈니스 담당역은 권오현 시스템LSI사업부장이 맡게 됐다. 메모리 강자인 삼성전자가 비(非)메모리 사업부문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메모리, 비메모리를 두루 챙겨본 권 사장의 발탁으로 '반도체 재도약'을 이룬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전담하는 신사업팀을 강화하기로 하고 임형규 종합기술원장 겸 신사업팀장을 신사업팀장 전담으로 발령내면서 종합기술원장 후임은 추후 물색하기로 했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주력 사업, 기술개발, 신사업 육성 등 3가지 경영 축이 다 교체가 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를 평가했다.

이윤우 부회장은 전자가 단일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가 큰 복합구조를 하고있다는 점에서 적임자로서 주력 부문에서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큰 공이 있고 기술 개발에 대한 이해도 높을뿐 아니라 포용력 또한 갖췄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었다.

이와 함께 황창규 사장의 기술총괄 이동에 대해서는 '더 큰 물에서 놀아라'는 뜻이라고도 했다. 반도체 신제품 개발을 주도하고 제반 기술과 경영을 이끌어 왔던 황 사장이 앞으로 선행 기술 개발에 주력하게 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화재 황태선 사장 후임에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경영지원팀장인 지대섭 부사장이 내정됐다. 과거에 그가 삼성화재 기획관리담당을 맡았던 이력이 이번 발탁의 한 이유가 됐지만 무엇보다 그가 삼성전자에서 풍부한 글로벌 경험을 쌓았다는 점에서 삼성화재 경쟁력 강화와 국제화 전략 추진에 적임자로 평가됐다는 게 삼성화재의 설명이다.

삼성증권 역시 배호원 사장 후임에 삼성생명 기획관리실장을 맡고있는 박준현 부사장이 내정됐다. 자산운용 사업과 금융 기획부문의 경험이 그가 발탁된 이유라고 삼성증권은 밝혔다.

삼성테크윈 역시 퇴진을 선언한 이중구 사장 후임으로 오창석 부사장을 내정했다. 신임 오 사장 내정자는 1992년 삼성테크윈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특수사업, 엔진사업부장을 맡으면서 회사 업무 전반을 잘 파악하고 있던 것이 발탁의 원동력이 됐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전략기획실 '작품'이 아니라 각 계열사가 알아서 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쇄신안 이행에 대해) 빨리 바꿀 수 있는 것은 빨리 한다는 원칙"이라고 덧붙여 '삼성의 변화'를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또한 화재, 증권, 테크윈 승진자 3명을 빼놓고, 삼성전자의 경우 한정된 CEO인재풀의 '카드 돌려막기' 또는 '회전문'식 순환 보직인사를 한 데 대해 "승진자 1-2명 소폭을 말해왔으나 3명이 된 것은 다르다"며 "중폭이라고 하면 되고, 소폭에서 중폭으로 바뀐 것은 쇄신과 연결해 생각해 달라. 새롭게 뛰어보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날 사장단 인사 처럼 계열사별로 이르면 16일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하는 데 이어 이달말까지 조직 개편 등을 마칠 예정이며, 그 과정에서 해외사업장 근무가 결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근무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