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지진 참사] 주민들 여진 공포 … 도로가 피난 수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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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비가 세차게 내리는 충칭과 청두 간 유슈 고속도로.
하루 전 리히터 규모 7.8의 강진이 휘몰아친 청두로 가는 길은 텅 비어 있었다.
고속도로 주변에 널려 있는 수백 곳의 공사 현장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여진 우려로 일제히 크레인이 멈춰 선 모습은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구호 물자와 의료진을 태운 군용 트럭,공안(경찰)차의 경광등 소리만이 정적을 깰 뿐이었다.
청두 쌍뤼국제공항이 이날 오전 잠정 폐쇄되면서 청두행 비행기는 모두 충칭으로 기수를 돌려야 했다.
고속도로를 네 시간 달려 도착한 청두 시의 빛깔은 어두웠다.
전날 저녁 아파트 출입이 통제되면서 길에서 밤을 새운 사람들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시내 공원에는 텐트가 즐비했다.
텐트를 칠 수 없는 사람들은 고가도로 밑에 모여 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다.
도로는 마치 피난수용소 같았다.
"오후 3시쯤 강한 여진이 또 발생했는데 불안해서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청두 주민인 리다이추엔씨(44)는 말했다.
이날 오후의 여진은 건물 1층에 있는 사람도 서 있기 어려울 만큼 강한 것이었다.
크고 작은 여진은 이미 1950여 차례 청두를 흔들었다.
시내 가게들은 대부분 셔터를 내렸다.
젊은이들의 광장으로 평소 발디딜 틈이 없었던 푸싱지에의 광화루에서도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화려한 간판만이 굳게 닫친 셔터 위에서 비를 맞고 있었다.
4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청두 시내의 고층 건물들은 겉보기에는 멀쩡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 앞에 둘러져 있는 진입 금지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삼성전자 청두판매법인과 KOTRA가 입주한 건물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전자 최한영 법인장은 인근 셰라톤호텔로 사무실을 옮겨야 했다.
푸싱지에에서 만난 시씨성의 한 회사원은 "사무실 내부 벽면이 요동 치면서 유리창에 금이 가고 집기가 많이 부서졌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소문 난 여관과 호텔은 방이 없어서 난리였다.
호텔 카운터에서는 고층 대신 저층으로 방을 달라는 손님과 직원 간에 입씨름이 오가기도 했다.
인텔과 도요타자동차 등 일부 외국계 기업 공장이 조업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시 외곽으로 통하는 도로는 대부분 없어졌다.
인근 두장옌 시도 도시의 5분의 1이 파괴됐다.
무너지지 않은 건물도 벽에 균열이 가 제대로 남아 있는 건물은 거의 없었다.
다른 지역은 인민해방군이 속속 들어오면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
비까지 내려 시 외곽으로 향하는 곳은 아수라장이었다.
전날부터 진앙지인 원촨 진입을 시도한 인민해방군 제1진은 이날 오후 5시에야 원촨에 도착했다.
5만명에 달하는 군인들의 구조 작업은 도로가 막혀 속도를 좀체 내지 못했다.
쏟아지는 빗물 속에 집을 찾지 못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 청두 시민들은 빨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베이촨에서만 7000명이 사망했다는 소식 등이 속속 전해지면서 공포심은 더 커졌다.
장밍쿤씨(32)는 "예전 탕산 대지진 때도 며칠 뒤 찾아온 여진으로 수십만 명이 죽었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청두 시민들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지진의 공포로 차가운 비를 맞으며 이틀째 밤을 지샜다.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