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리스크 헤지를 위해 통화 옵션상품을 계약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일부 기업의 경우는 손실액이 영업이익을 능가할 정도로 타격이 심각하다니 참으로 걱정이다.

최근 기업들이 무더기로 피해를 입은 것은 'KIKO(Knock-In Knock-Out)'라는 이름의 파생금융상품이라고 한다.

이 상품은 선물환과 달리 수수료가 없는 데다 환율이 약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시장환율로 매도가 가능하고 환차익까지 챙길 수 있게 설계돼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환율이 약정범위를 하향이탈할 경우는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고 상향이탈할 때는 환차손의 2~3배를 은행에 지급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최근 환율이 급등(急騰)하면서 기업들이 엄청난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는 것이다.

피해 규모는 갈수록 확대되는 양상이다.

대기업 그룹의 어떤 기업은 손실액이 2000억원을 넘어섰고 수십억~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은 곳은 수도 없이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통화옵션 거래로 손실을 입은 기업이 전체의 10% 이상에 이른다고 하니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한지 짐작할 만하다.

특히 주거래은행의 권유 때문에 '꺾기'식으로 계약을 했다 피해를 입은 기업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더욱 크다.

파생금융상품의 리스크가 얼마나 큰지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레버리지 효과로 인해 잘 되면 수익이 배가(倍加)되지만 자칫 잘못될 경우 파산까지 각오해야 하는 게 바로 파생금융상품이다.

미국 5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의 파산을 초래하는 등 최근 국제금융시장을 뒤흔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만 해도 파생금융상품에서 비롯됐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이 지난해 7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휘청거린 것이나,90년대 말 세계적 은행이었던 영국 베어링스가 파산 사태를 맞았던 것도 파생금융상품 때문이었음은 잊어선 안될 대목이다.

따라서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는 고위험 파생상품 거래는 가급적 자제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은행권 역시 만에 하나라도 판매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파생상품 계약을 강요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