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섭 < 서울대 교수·경영학 >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시장 개방을 앞두고 찬반 여론이 뜨겁다.

국민 건강 문제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시장 개방 결정에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결부돼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전격적으로 내려진 결정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관련해서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결정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올해 안에 한ㆍ미 FTA 비준을 이루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해 6월30일 한ㆍ미 양국이 협정을 체결한 뒤 비준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쇠고기 수출 업자들과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반대가 거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연말에 대선과 의회 선거가 있기에 올해의 경우 미국의회는 8월2일부터 여름 휴회에 들어가고 9월26일에는 회기가 끝나게 돼있다.

개방 결정은 회기 안에 비준 반대 세력을 달래서 FTA 비준을 앞당기기 위한 결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우려도 많다.

우리로서는 큰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회가 올해 안에 FTA 비준을 할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정치 시스템이 다르다.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뿐더러 현재 의회는 야당인 민주당이 상ㆍ하원을 장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유무역협정을 반대하는 노조를 핵심 지지세력으로 갖고 있는 당이다.

그렇기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FTA 비준에 대해 미온적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조속한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개방은 개방대로 하고 한ㆍ미 FTA의 연내 비준에 실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올해 말에 있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한 뒤 우리측에 FTA 전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정부는 내년에 써야 할 협상 카드를 너무 일찍 써버렸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금년내 비준을 성사시키거나 최소한 전면 재협상은 피해야 한다.

첫째,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한 로비를 강화해야 한다.

상ㆍ하원 의원들에게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전략적 경제적 혜택을 집중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한ㆍ미 FTA가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과의 FTA와 다르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한ㆍ미 FTA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둘째,호주,뉴질랜드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연구에 따르면 호주와 FTA를 체결할 경우 우리나라의 GDP는 0.05%가량,뉴질랜드와 체결할 경우 GDP가 최대 0.08%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두 나라와 FTA를 체결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한-호주,한-뉴질랜드 FTA는 미국으로 하여금 우리와의 FTA 비준을 서두르게 만들 수 있다.

특히 농축산물 수출 업자들과 농촌 지역 의원들에게 한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해서 FTA의 열렬한 지지자들로 만들 것이다.

모두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여야의 공조(共助)가 절실하다.

그러나 야당으로서는 여당과 협력할 이유가 적다.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 지지율을 만회하고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고자 할 것이다.

한편 우리의 대미(對美) 로비는 아쉬운 점이 많다.

물론 어렵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더 어려운 시련도 극복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지표인 '창의적 실용주의'를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