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의 변화 외면
◆ 능력보다 인맥의존
◆ 기존 성과에 안주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은 어쩌다가 '클린던(Clean done.깨끗이 끝남)'이 됐을까.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 상원의원이 막판까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꺾지 못하고 경선 포기 압력에까지 부딪치자 그 실패 원인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독보적인 선두주자로 꼽혀온 그가 몰락한 데는 적어도 5번의 큰 실수가 있었다고 8일 시사주간지 타임이 분석했다.

힐러리의 실패 사례는 기업경영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타임은 우선 민주당원의 정서를 못 읽은 점을 힐러리의 가장 큰 패인으로 꼽았다.

힐러리는 풍부한 경험과 준비성을 내세우는 데 주력했지만 이는 민주당원의 생각과 차이가 컸다.

민주당원들은 변하는 정치환경에 따라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열망이 컸지만 힐러리가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기업 경영자 역시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선거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것도 명백한 실수였다.

지난해 선거전략회의에서 수석전략가였던 마크 펜은 캘리포니아에 할당된 370명의 대의원을 모두 확보하면 조기 승리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민주당이 공화당과 달리 승자독식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기업 경영에서도 전문가 대신 충성심을 기준으로 인재를 기용해 화를 부르는 사례가 적지 않다.

힐러리는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캔자스 등 코커스(당원대회) 방식의 예비선거를 무시했다.

주요 지지층인 여성과 노년층의 참여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오바마가 힐러리를 앞서간 데는 코커스에서의 승리가 결정적이었다.

경선 조기 종결을 위해 아이오와주 예비선거에 집착해 장기전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힐러리의 패배 요인이 됐다.

한꺼번에 큰 실적을 올리려는 단기 성과주의는 기업에도 독약으로 작용한다.

거액 기부자 중심의 전통적인 자금 모금 방식을 고집한 것도 문제가 됐다.

오바마는 이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소액 기부자를 끌어모았고 그 폭발력은 힐러리를 능가했다.

기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대의 문화(시장)를 적극 파고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처럼 힐러리가 실수를 연발하는 사이 오바마는 2004년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된 지 4년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의 거머쥐었다.

오바마는 오는 20일 켄터키와 오리건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를 마치고 경선 승리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9일 밝혔다.

타임은 오바마의 정치적 급성장에는 2000년의 패배가 계기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오바마는 2000년 연방 하원의원 민주당 내 예비선거에서 흑인민권단체 '블랙 팬더' 일원인 보비 러시와 맞붙었다.

하지만 "흑인 노동자 계층과 거리가 먼 하버드 출신의 엘리트"라는 집중 공격을 받으며 패배했다.

이후 오바마는 하버드식 말투를 고치는 등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