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ㆍ무통로쉴드… '와인의 메카' 메독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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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일 프랑스 남부 보르도지방의 와인 산지 메독의 '샤토 라 라귄느' 포도원.
기자를 맞아 저장고와 포도밭을 보여준 사람은 의외로 젊은 여성인 캐롤린 프레이 사장(30).
그는 2004년 부친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와인 생산시설을 리모델링하면서 라 라귄느의 대변신을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양조장은 첨단 IT(정보기술)공장처럼 청결하다.
프레이 사장은 "와인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발달해온 일종의 문화상품"이라며 "시대에 맞게 시스템을 개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에도 수입된 '샤토 라 라귄느'는 균형감이 뛰어나며 여성스러움이 가미된 와인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2 '엘리자베스 2세의 와인'으로 통하는 '샤토 그뤼오 라로즈'는 10년 전부터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또 돈이 많이 들더라도 포도 수확부터 양조작업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끝에서 이뤄지도록 고집하고 있다.
필립 카르마냑 이사는 "이런 노력 덕분에 입맛 까다로운 영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와인이 됐다"고 자랑했다.
'와인의 메카'로 꼽히는 메독 와인이 수백년간 이어져 온 장인정신에 과학기술,환경,마케팅을 입히는 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세계 최고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다.
포도 경작지가 1만6500㏊에 달하는 메독에는 1400여개의 포도원이 있다.
1등급 와인 가운데 4개가 속해 있어 지존으로 불린다.
막 포도 잎새를 틔운 메독 포도원들을 둘러봤다.
◆최고라는 자부심…메독의 마케팅
흔히 와인 품질을 결정하는 것은 기후,토양,포도나무,사람이라고 한다.
"메독은 이 4가지 모두를 잘 갖추고 있으며,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소비자의 피드백까지 받고 있다"(카롤 비달 메독포도주협회 해외담당 이사)는 설명이다.
대서양과 지롱드강 사이 삼각주에 있는 메독 지방은 기후와 토양 조건을 하나의 판촉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메독 와인 재배지는 토양조건에 따라 8개 아벨라시옹(지역명칭)으로 나뉜다.
메독,오메독,생테스테프,포이약,생줄리앙,리스트락,물리스,마고 등이다.
1등급 와인 '샤토 마고'로 유명한 마고 지역은 자갈성 토양에서 수확되는 포도로 여성적인 향의 와인을 주로 생산한다.
마고 와인은 대체로 다양한 부케를 연출해 낸다.
'샤토 라투르''샤토 라피트 로쉴드''샤토 무통 로쉴드' 등 1등급 와인 3개를 배출해 낸 포이약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에 따라 개별 브랜드 못지 않게 어느 아벨라시옹에서 생산됐느냐가 와인의 평판을 가른다.
8개 지역 와인 생산자들은 물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와인상표에 나오는 '메독'은 메독 아벨라시옹을 뜻한다
유명 화가의 그림을 레이블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샤토 무통 로쉴드'에는 1년에 1만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테이스팅을 포함한 입장료는 25유로(약 4만원).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와인박물관도 운영 중이다.
요즘 메독에선 지난해 설립한 대형 와인할인점 '와이너리'가 화제다.
메독 와인뿐 아니라 다른 프랑스 지방과 신대륙 와인을 함께 판매하고 있어서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13유로를 받고 어떤 와인 성향을 갖고 있는지를 테이스팅해주는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와이너리 측은 '신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메독의 전통을 흔들고 있는 얕은 상술이라는 반론도 혼재돼 있다.
어쨌든 메독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와인전쟁'을 실감케 된다.
◆레이블에 진실이 담겨 있다
메독의 레드 와인은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카베르네 프랑,프티 베르도 등을 블렌딩해서 만든다.
피노 누아 한 품종으로 와인을 만드는 부르고뉴 지방과는 확연히 다르다.
타닌이 강하고,연필을 만드는 삼나무향과 민트향이 풍부하다.
역사적으로 보르도 지방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블렌딩 전통은 각 품종 간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것.해마다 변화가 심한 기후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와인 색깔도 숙성 초기에는 자줏빛이 살짝 감도는 짙은 루비색이며,주로 오크통에 숙성시킨 개성이 강한 풍미의 와인들이 많다.
메독지역에는 '그랑크뤼 클라세''크뤼 부르주아''크뤼 아르티장' 등 다양한 등급 기준이 있다.
'그랑크뤼 클라세' 등 전통있는 등급 와인이 물론 좋지만 조합단위로 만들어 지거나 소규모 포도원에서 출시되는 와인도 그리 나쁘지 않다.
특히 원산지 명칭(AOC)을 쓸 수 있는 와인이면 사고 나서 후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현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메독(프랑스)=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