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를 부유하거나 가난하게 만드는가? 왜 어떤 나라는 경제 부국이 되고 어떤 나라는 계속 가난할까? 20세기 초 세계 5위의 경제력을 가졌던 아르헨티나가 국민 소득 5000달러의 후진국으로 뒤처진 이유는 뭔가? 정치와 경제 체제가 분리된 중국의 자본주의 실험은 성공할까?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의 질문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애덤 스미스,케인스,밀턴 프리드먼,게리 베커 등 경제 이론가와 정책 집행가들의 지론과 실행 결과를 꼼꼼하게 살피고 이를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한다.

그는 '자유경제''세계화''경제정책'으로 요약되는 3대 키워드를 빈곤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나침반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렌즈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세 마리 용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남미의 정치와 정책이 얼마나 큰 희생을 불러왔는지,성장과 빈곤의 양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과제는 무엇인지,자원에 의존해 불안하게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와 쇠퇴하는 유럽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비춘다.

프랑스 지성들의 만년체 문투와 달리 그의 표현은 직설적이고 명료하다.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이라는 구분도 그렇다.

좋은 경제정책 덕분에 2차대전 후 30여년 만에 서유럽이 재건에 성공했고 1990년대부터는 동유럽도 발전하게 됐으며 인도와 중국에서는 8억명이 가난에서 해방됐다는 것이다.

'잠들어 있는 문명'으로 여겨졌던 일본 한국 터키의 번영도 마찬가지다.

10여년 전부터는 아프리카에서도 경제를 합리적으로 관리해 13개국이 가난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아프리카의 'G13'으로 불릴 정도다.

반대로 1920년대 독일은 적절한 제어 장치 없이 통화를 발행해 사회 불안을 가중시켰고 결국 나치즘을 불렀다.

2007년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짐바브웨가 초토화됐고 기업을 국유화하여 기업가들을 내쫓은 1940년대의 아르헨티나와 1950년대의 이집트 경제는 망가져 버렸다.

인도의 허가제도 또한 1949~91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개의 한국'을 비교한 대목에서 그의 진단은 더욱 도드라진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는 '두 개의 한국이 지나온 역사는 현실 경제의 살아 있는 교훈'이라며 '북한의 옳지 못한 정책은 민중을 가난에 빠지게 했고 남한의 좋은 정책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같은 민족을 선진국의 대열에 서게 했다'고 강조한다.

중앙 집권적이고 나라에 의해 계획된 경제는 언제나 실패하며,자유시장 경제만이 번영과 동시에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아시아의 용들'에서는 대만 중국과 남.북한을 비교하며 한국이 경제학자들을 기용해 경제를 구상하고 주도하게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일본 식민지를 거친 한국은 서양에서 돈을 빌려 기업들에 낮은 이율로 빌려 주며 수출을 장려했고 결국 '메이드 인 코리아' 상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반세기 동안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000달러,남한은 2만달러로 올라갔다.

두 한국의 사례만으로도 발전 또는 저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좋은 전략들과 나쁜 전략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1970년대부터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사례는 경제 정책이란 올바르든지 그릇되든지 할 뿐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그러한 좋은 정책이 선택되어 적용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소르망은 이번에도 책 출간에 맞춰 12일 방한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