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울대 문화기술연구회'는 지난 3월 신입생 모집 포스터를 만들면서 '회원모집'이라는 말 대신 '리크루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서울대 투자연구회'는 아예 포스터에 전화 연락처를 명기하며 '리크루팅 매니저 010-XXXX-XXXX'라고 썼다.


#2.서울대 인류학과는 최근 '학생회'라는 단어 대신 '자치회'로 표현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생회에 느끼는 거부감을 줄이고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대학가의 '언어'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학생회.집회 문화를 반영하는 언어는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생경한 경영학 용어나 정치색을 뺀 단어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동아리 모집 포스터만이 아니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 등 학교 발전기금 모금 실적이 우수한 총장은 'CEO형 총장'으로 불린다.

학생과 대학교의 관계를 '고객'과 '서비스 제공자'로 여기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한양대 공대에 재학 중인 김모군(24)은 "지난해 학교 홈페이지에 '학내 슬리퍼 착용 금지'라는 공지가 떴는데 이에 대해 '고객인 학생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항의하는 글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적이 있다"며 "불과 3~4년 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문화"라고 전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한지훈군(24)은 "사회가 정치보다는 경제를 우선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학생들의 언어도 이를 반영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