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금'가는 LNG선 공조
국내 '빅3' 조선업체들이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핵심 건조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04년 구축한 공조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술개발에 공동으로 참여했던 조선회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현대중공업이 독자노선을 걷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7일 "현대중공업은 3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 외에 두 가지 기술을 독자개발해 수주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도 최근 "LNG선을 주문하는 해운회사들은 굉장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내년쯤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등으로부터 주문을 따내면 그런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공조체제에서 이탈, 독자적인 행보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갑작스런 이탈에 어리둥절하다"며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사장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LNG선박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국내 조선 3사는 2004년부터 공동으로 LNG선박의 저장 탱크인 '화물창' 설계 기술을 개발하는 'KC-1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가스공사와 지식경제부가 앞장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2009년까지 LNG선 화물창 기술을 국산화해 외국 회사에 지불하는 막대한 로열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현재 LNG선박의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조선업계의 퀄컴'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GTT.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선 한 척을 만들 때마다 1000만달러가량의 로열티를 GTT에 지불하고 있다"며 "이 회사가 최근 5년간 국내 조선업체들로부터 걷어간 로열티만 1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KC-1 프로젝트'는 출범 초기부터 큰 성과를 내기 힘든 구조였다는 게 현대중공업측 설명이다.

우선 공동 기술개발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조선 빅3 '금'가는 LNG선 공조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LNG선 수주를 놓고 경쟁하는 라이벌 기업끼리 얼마나 많은 핵심기술을 공유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새로운 기술을 시험적용할 선박도 없다.

시험선박 건조.제작에 들어가는 돈은 척당 2000억~2500억원.

현재로서는 가스공사가 거의 유일한 발주처이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상당 기간 외국선주들이 신제품 탑재를 꺼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

LNG는 보통 파이프를 통해 운반되지만 한국처럼 생산국과 거리가 먼 경우는 배로 운반한다.

LNG선은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해 부피를 600분의 1로 줄이는 액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해선 가스를 영하 163도로 냉각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저장탱크 내.외부 온도의 차를 극복하는 단열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또 배가 움직이면 액화된 천연가스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탱크 벽면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자칫 LNG가 폭발하면 상상할 수 없는 재해를 낳게 된다.

LNG 저장탱크를 만드는 기술이 높은 로열티를 받는 이유다.

한편 현대중공업의 이탈 분위기와 관련,지경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독자 수주를 한다고 해서 KC-1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