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 예당아트TV 대표·가수 sungsooc@yedang.co.kr >

"밤 12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마세요."

건강 검진을 받기로 한 병원 간호사로부터의 전화다.

요사이 감기 걸린 지 두 달이 넘었는데도 낫지를 않아 걱정하고 있던 중이었다.

이제 나이 오십줄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가,전에는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넣어 들이켜고 한숨 자고 나면 거뜬했는데….점점 건강에 자신이 없어지고 건강식품이 자주 눈에 보인다는 주위 분들의 얘기가 낯설지 않다.

오늘은 늦둥이 아들 녀석과 놀이공원에 다녀왔다.

함께 놀아주지 못해 미안함이 쌓였던 터라 더 신나게 놀아주려 애썼다.

그런데 신나게 논다는 게 늙은(?) 엄마 아빠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달릴 때면 숨이 차고,잠시 쉬고 있으면 요리조리 빠져 나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아들 녀석을 잃어버릴까봐 노심초사했다.

아내가 아들에게 "엄마가 늙어서 미안해"라고 웃는 소리로 말하자 아들 녀석이 "엄마 괜찮아요.

내가 대신 늙어 드릴게요"라고 대답한다.

요즘은 아이 때문에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가 누굴 위해 사는지,눈에 밟히는 게 뭔지 이제야 알 것 같으니 한편으로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슬며시 든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는 말도 이제야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받기로 결심했다.

문득 생각날 때 실행에 옮겨야겠다고 맘먹었다.

가족을 사랑한다면 건강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에서다.

급한 일이 아니니 다음에 받자고 미루면 또 못 받을 게 뻔하다.

내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오륙도니 사오정이니 하며 명퇴하는 친구들 소식에 힘이 빠진다.

"아직은 아닌데…"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숨가쁘게 돌아간다.

너무도 빨리 바뀌고 쉽게 버려진다.

귀한 것도 없어지고 매일 경쟁하며 달릴 뿐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건강을 잃어버린다.

우리나라 40대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여유 있는 삶은 차치하고 건강이라도 챙겨야 할 것 같다.

내가 어릴 적에 아버지가 가끔 부르시던 노래가 있었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같은 마음~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라보! 브라보! 아빠의 청춘~.' 이젠 내가 목청 높여 불러보고 싶은 노래가 됐다.

회식 자리에서 구닥다리 취급 안 당하려고 어울리지 않게 젊은 애들 신곡 부르는 것보다 훨씬 마음에 와 닿는다.

언젠가 읽었던 '살아있는 동안 꼭해야 할 49가지'란 책이 떠오른다.

나는 거기에다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가족을 위해서 꼭 1년에 한 번 건강 검진하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