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차량의 누계 판매가 4월 말에 2만대를 넘어섰더군요.

2004년 진출 이후 4년 만에 2만대를 돌파했는데,국내 수입차 업체로선 가장 짧은 기록이지요.

젊은 층 고객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올 한 해만 1만대 넘게 팔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59)의 표정엔 수입차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신감과 여유가 배어났다.

정 사장은 "당초 올해 9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중형 세단 '어코드'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CR-V'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1000대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4월까지 시장점유율은 18%대.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 수입차 협회에 등록된 20개 브랜드 가운데 독보적인 숫자다.

정 사장은 "혼다차가 다른 수입차와 다른 점은 기존 고객 소개로 차량을 구입하는 비율이 25~3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것"이라며 "사시(社是)처럼 '가장 품질좋은 차량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한다'는 원칙을 고집한 덕분에 고객들이 많이 추천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새로운 차종을 들여올 계획이 없다.

어코드 CR-V 시빅 등이 모두 각 차종에서 베스트 셀링 모델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하이브리드카인 '시빅 하이브리드'도 매달 30여 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아 굳이 새 차종을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정 사장은 "씨티,재즈,S2000 등 추가로 들여올 모델이 적지 않지만 선택과 집중을 위해 지금 차종만으로 고객층을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에 새로운 소형 하이브리드카(프로젝트명 글로벌IMA)가 출시되면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혼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징은 배기량을 낮춰 도요타보다 가격 면에서 비교우위를 갖게 된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시장에 진출해 있는 고급 브랜드 '아큐라'의 국내 조기 진출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국내에서 혼다 브랜드가 확고하게 정착된 이후에나 아큐라를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판매를 늘리기 위해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방침도 분명하게 밝혔다.

이미 수입차 가운데 최고의 가격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혼다는 화려한 선택사양(옵션)을 피하는 대신 좌석별 에어백 등 안전관련 옵션을 모두 기본으로 장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정 사장은 "한국 시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처럼 고급 수입차들의 진열장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수입차를 사는 데 따른 심리적인 저항선은 이미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요즘엔 30~40대 얼리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구입해 쓰는 소비자)가 이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혼다 고객을 분석해 보니 수입차를 처음 탄다고 답한 사람이 많더라"고 전했다.

정 사장은 인터뷰 도중 '고객만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영업사원들에게도 판매 1등을 하라고 독려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다만 고객만족 분야에서는 항상 1등이 돼야 한다는 게 평소 지론"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에게 믿음을 주고 고객으로부터 존중을 받아야 사회적으로 존재 가치가 있는 회사라는 설명이다.

내년 하반기 국내에 진출하는 도요타자동차에 대해선 크게 긴장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 사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도요타와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혼다는 혼다만의 분명한 색깔이 있고,도요타의 한국 시장 진입은 수입차 시장 자체를 키우는 효과가 있어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혼다는 수입차뿐만 아니라 국내 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서도 40%의 최고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국내 모터사이클 문화가 실용 위주에서 레저 위주로 바뀌고 있는 만큼 향후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