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조1000억원(2008년 기준)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 사업을 기존 107개에서 49개로 줄여 기업이 필요로 하는 '될성 부른 사업'에만 자금을 몰아주기로 했다.

또 중간 평가를 강화해 진행 중인 R&D사업 과제의 20%를 강제로 탈락시키고 R&D 관리기관과 정부출연연구소들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R&D 지원체계 개편방안'을 보고했다.

지경부는 우선 옛 산업자원부(20개)와 정보통신부(14개)로 각각 나뉘어 34개가 동시에 진행되던 전략 기술 개발 로드맵을 8대 산업별 기술과 6대 기능별 기술 등 14대 전략기술 분야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들을 없애고 합쳐 107개인 세부사업 수도 49개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당장 통합이 어려운 20개 기관지원 사업은 관리기관 및 출연연구소 구조조정 작업 이후로 개편을 미뤘다.

또한 현재 1.8% 수준인 중간평가 탈락률을 20%로 못박아두고 상대 평가를 통해 연구과제들을 강제로 탈락시키기로 했다.

같은 분야 전문가들끼리 기술개발 결과에 대한 평가를 지나치게 온정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실적이 부진하거나 기술개발 필요성이 낮아진 과제들이 계속 추진되는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은 "이렇게 되면 앞으로 5년간 3000억원가량의 R&D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절감된 예산은 성공 가능성이 큰 새로운 과제나 기술의 변화를 따라가는 분야에 몰아줄 수 있어 전체적인 R&D 투자의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예산을 투입하는 R&D사업의 개방성을 지금보다 더 높이기로 했다.

이른바 'Open R&D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외국의 연구기관도 정부 R&D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정부 R&D 분야를 대외적으로 개방해 외국 대학 또는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국제공동연구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정부 R&D의 기획 평가 관리 성과분석 과정을 인터넷에 공개해 누구나 의견을 제시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했다.

최근 P&G 등 다국적 기업은 사내에서 R&D하는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외부의 기술개발역량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R&D의 개념을 뛰어넘는 이른바 'C&D(Connect and Develope.연결개발)'로의 창조적 전환을 위해서다.

정부도 이번에 과감한 개방을 통해 외부의 R&D 역량을 활용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외에 정부는 그동안의 폐쇄적이고 온정적인 평가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일반 산업분야의 8개 업종별 평가.관리기관(산업기술평가원 산업기술재단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과 에너지 분야 4개 전담기관(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 에너지관리공단 전력산업기반조성센터 신재생에너지센터)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정부 R&D 과제들을 주로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정확한 기능과 책임은 무엇인지 따져 중복된 분야가 있다면 이를 해소하는 구조조정까지도 검토키로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