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이 되면 상당수의 중년 남성들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처지고 보폭도 좁아진다.

성욕이 감퇴하면서 발기력도 저하될 뿐만 아니라 쉽게 지치고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들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용 불안이나 경제적 압박,스트레스 등에 기가 꺾여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50대 이상의 나이에 이런 증상이 3주 이상 오래 지속된다면 남성호르몬 부족증후군(TDS) 때문일 수 있다.

◆남성에게도 갱년기는 있다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성적 욕구를 일으키고 근골격계를 남성다운 모습으로 만들어주고 활력과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샘물과 같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이 호르몬의 분비량은 서서히 감소해 70대에는 30대의 2분의 1, 80대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40세를 기점으로 해마다 약 1.2%씩 감소하므로 70세쯤에는 모두 35%가량 줄어든다.

게다가 과음 흡연 스트레스에 찌들어 사는 데다 비만,대사증후군,간질환 등에 걸려 있다면 더 빠르게 고갈되고 만다.

여성은 50세를 전후로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분비가 급감하면서 안면홍조,우울증,골다공증,빈혈 등의 증상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 스스로 갱년기임을 분별할 수 있다.

반면 남성은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점진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증상을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성욕 및 성기능 저하라는 증상은 뚜렷하다.

여성처럼 티가 나지는 않지만 남자도 안면홍조나 우울감 등이 찾아올 수 있다.



◆성욕감퇴엔 발기부전약+남성호르몬제

발기부전이 생기면 일단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

대부분은 남성호르몬 수치가 감소돼 성욕 자체를 거의 느끼지 못해서다.

이런 경우에는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줘야 한다.

남성호르몬은 성욕 감소와 발기부전 외에도 골다공증과 비만까지 개선해줄 수 있다.

미국에는 약 200만명의 남성이 골다공증으로 진단됐고 약 300만명의 남성이 골다공증 발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령이 골다공증의 주된 요인이지만 혈중 남성호르몬이 저하된 남성들은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더욱 높다.

최근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60∼85세 이상 남성을 대상으로 5개월 이상 남성호르몬을 투여했더니 뼈가 튼튼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남성호르몬은 또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므로 복부비만이나 대사증후군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골밀도는 물론 근육량,근력,지구력도 동시에 증가한다.

◆증상은 다양하지만 해결은 간단

남성갱년기의 증상은 다양하지만 남성호르몬제를 투여함으로써 쉽게 개선할 수 있다.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줌으로써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정상 범위 안으로 되돌린 뒤 이 상태를 유지시켜 주면 된다.

약제로는 먹는 약,주사제,바르는 겔,붙이는 패치제 등이 있다.

먹는 약은 하루 서너 캡슐을 2∼3주가량 계속 복용한다.

호전상태에 따라 약의 용량을 조정한다.

간에 대한 독성이 큰 데다 기대만큼 혈중 테스토스테론치가 올라가지 않는 경향을 띤다.

지용성으로 개발된 경구제는 이런 단점을 대폭 개선했지만 하루 세 번씩 기름진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바르는 겔 제제는 깨끗하고 건조한 어깨 팔 복부에 하루 한 번 바른다.

매일 일정 시간에 맞춰 바르는 게 불편하지만 효과적이다.

패치제와 마찬가지로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

주사제는 2∼3주마다 맞는 것과 3개월마다 놓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후자는 1년에 네 번만 투여하면 되므로 편리하다.

사용 기간 동안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정상 범위 내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바이엘쉐링제약의 '네비도'가 국내 유일의 제품이다.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을 하면 효과는 더욱 좋아진다.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걷기 달리기 등산이 추천된다.

특히 등산은 근력과 심폐지구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최웅환 한양대 내분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