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은 별칭인 '새 둥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어요.

하지만 '새 둥지'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설계가 끝난 다음이지요.

설계를 맡고서는 자유스럽고 개방된 구조물을 생각했습니다.

체육시설은 운동뿐 아니라 시민들의 생활에도 관련이 있는 만큼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있고요."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7일~6월1일)을 갖기 위해 방한한 중국의 대표적인 설치 작가 겸 건축가 아이웨이웨이(51)는 5일 기자와 만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은 미학과 철학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해 설계했다"며 "중국의 개방 및 개혁 정책을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아이웨이웨이는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을 스위스 건축회사와 함께 설계했으며 지난해에는 독일 국제미술제인 카셀 도큐멘타에서 명ㆍ청나라시대 의자 1001개로 구성된 대형 설치작품 '동화'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식인이자 유명한 시인인 아이칭(艾靑)의 아들인 그는 문화대혁명 때 신장 지역으로 쫓겨나 살다가 베이징을 거쳐 미국에서 유학했다.

해외 생활 12년 만인 1994년 중국으로 돌아가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성화 봉송을 둘러싼 중국인 유학생의 폭력 시위가 화제에 오르자 "민족주의는 인류에 대한 멸시적인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안에는 민족주의 기류가 있는 것 같아요.

중국 사회가 과거에 오랫동안 봉쇄돼 있었고 서방에 대한 그릇된 이해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서로에 대한 진지한 교류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국 내 예술활동의 자유에 대해서는 "중국은 큰 변화를 겪어왔고 많이 진보했다"면서도 "그러나 뉴스는 엄격한 제한을 받고 디자인 등 예술은 자유를 누리더라도 사회를 변화시킬 특성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 톈안먼과 백악관 등을 멀리 배경으로 놓고 가운데 손가락(심한 욕과 같은 의미)을 올려 노골적으로 권력을 조롱하는 원근법 프로젝트 사진은 중국 내에서 전시한 적이 없으며 "아마 전시 허가가 절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르셸 뒤샹과 다다이즘,그리고 개념미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유적이나 파괴된 사찰 또는 주택 등에서 발견한 고대 가구,문짝,창문 등을 소재로 과거와 현재를 작품에 표현해 왔다.

인터뷰 도중 그는 거침없는 행동과 말,그리고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주변의 현상을 수시로 찍어대는 것으로 예술가다운 자유분방함을 보였다. 스스로 머리를 디자인해 찍은 사진을 건네주는가하면 사진을 찍는 기자에게 사진기를 들이대고 계속 셔터를 눌러댔고, 대화하면서도 걷기 운동을 하는 등 '아름다운 꾀짜'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