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원 < 프로바둑기사·방송인 zzinmac@naver.com >

딩동! 며칠 전 늦은 밤,아는 동생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언니,지금 자?''아니,아직 안자. 잘 지내고 있어?' 친한 동생이지만 한창 취업 준비로 바쁜 시기라 시간을 아껴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으로 연락을 뜸하게 하고 있었다.

'잘 못 지내는 것 같아. ㅜㅜ 벌써 원서도 여러군데 떨어졌어.' 문자를 보는 순간 내가 떨어진 것처럼 가슴이 철렁했다.

'ㅜㅜ 많이 힘들겠다. 하지만 분명 너랑 딱 맞는 회사가 너와 인연을 맺으려고 기다리고 있을 거야. 힘내!' 특별한 위로의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힘내'라는 말밖에….

그런데 이어서 장문의 문자들이 들어왔다.

'요즘 난 하루 종일 토익학원에서 살아. 학원강의 듣고 같이 영어강의 듣는 사람들이랑 스터디모임도 하고 그래. 아,정말 영어가 전부가 아닌데도 말이야. 토익 고득점이 기본이니 안할 수도 없고.'

'틈틈이 자기소개서 수정하고,취업 동아리에서 모의 면접연습까지 하는데도 면접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솔직히 많이 두려워,이러다가 백수될까봐. 집에서도 엄청 눈치 보이고. 부모님께 정말 면목 없어.'

'서류심사조차 번번이 떨어지다 보니까 내가 그렇게 모자란 인간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자꾸 자신감이 없어지네. 이러다가 우울증 걸리지 않을까 몰라.'

난 이 동생이 느끼는 답답함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알 것 같아 가슴이 찡했다. 얼마 전 신문기사에서 88세대란 단어가 등장했다. 요즘 취업을 못하고 있는 청년들이 많은데,이들이 정규직 취업을 준비하다가 결국 아르바이트,비정규직으로 한 달에 88만원을 번다는 우울한 기사였다. 취업준비생들이 보았다면 한숨소리가 더 커질 만한 내용이었다.

일찍이 시작한 사회생활 탓에 지난 2월 늦깎이로 대학을 졸업한 나는 주위에 취업이 안돼 괴로워하고 있는 친구,동생들이 많다.

88세대! 우리 세대가 취업이 어려운 세대임을,그런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만든 말임이 분명하니 그 말에 우울해하고 신경쓰지 말자. 슬퍼하며 보내는 시간도 우리에겐 소중한 시간이다.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고? 88세대란 말이 머릿속에 각인된 것 같다고? 그럼,우리가 88세대의 뜻을 바꿔버리자. 우리 88세대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는 힘이 88한 세대라고. 모두 함께 힘내자! 우린 힘이 팔팔한 88세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