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의 나라' 태국은 동남아 지역 의료관광의 중심이기도 하다.

자국을 아시아의 메디컬 허브로 만들겠다며 정부 차원의 의료산업 육성책을 펼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콕 상무부에서는 한국의 의료관광 전문 여행사 GM투어(사장 이재림)와 사마티웨이 등 태국 우수 병원들 간 의료관광 양해각서 체결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라첸 태국 상무부 수출진흥국장은 "태국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휴가를 즐기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아니겠는가.

태국은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1500원에 살 수 있는 재래시장의 값싸고 다양한 볼거리만으로도 휴가철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곳이다.

한국 스파 숍에서 받는 마사지 가격의 삼분의 일이면 '시 샌드 선'(Sea Sand Sun) 같은 럭셔리한 리조트에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 접해 있는 코발트빛 풀장에 누워 신의 경지가 내린 테라피스트의 몽글몽글한 손놀림으로 뭉친 근육까지 풀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저렴한 비용으로 쇼핑,마사지,의료 서비스를 한번에 누리는 일명 '메디컬투어'인 것이다.

태국 제일의 국제병원 '사마티웨이'는 분점을 여럿 둔 종합병원으로 성형과 불임 분야까지 아우르고 있다.

한국도 두 차례 시도 끝에 받은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단번에 얻은 이 병원은 9개 언어에 대한 통역인을 상주시키며 각국의 고객들을 위한 세심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린이 건강연구소를 설치해 신생아 때부터 정기검진과 담당의사의 보살핌으로 어린이들의 올바른 성장도 돕고 있다.

입구에 설치된 대형 곰돌이 캐릭터를 비롯 고급스러우면서도 놀이공원 같은 시설은 다 자란 어른의 마음도 편안하게 해준다.

한국 업체와 연계,미용성형 패키지를 개발한 대표 병원이기도 해 서울 고급 호텔 요리사를 불러 한식단까지 마련한 것은 그다지 놀랄 서비스도 아니다.

태국 최고의 종합병원으로 꼽히는 '범룽랏'은 중동의 두바이 경찰청과 후불제 치료에 관한 협약까지 맺었다.

먼저 치료를 받고 병원비는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각국 현지에서 만족하지 못한 수요를 찾아내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는 '혁신'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곳은 '활기찬 삶'(vitallife)이라는,딱 보기에도 긍정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노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질병을 미리 진단하고 호르몬 치료법과 노화 방지 및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개개인에게 맞춤식으로 제공한다니 바쁜 자식보다 살갑게 보살펴 준다는 생각까지 든다.

세계의 갑부들이 인생이 어둑하게 저물 무렵 태국행을 선택하는 이유가 엿보인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뷰티헬스 클리닉이다.

한국 환자의 대부분이 이를 목적으로 태국 의료관광을 하는 만큼 관련 병원의 서비스는 입이 벌어질 정도로 과학적이고 정성스럽다.

미용,스파,마사지 등과 접목된 신개념 건강증진센터로 태국 의료관광산업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는 '피야벳병원'의 트라이아(TRIA)건강복합센터는 생약 성분을 주재료로 동서의학을 넘나드는 처방을 고집한다.

점성술사처럼 한국인의 기호를 들여다본다 싶었더니 이곳에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임한 이종헌 박사가 의료상담역으로 근무 중이란다.

건강이 안 좋아 방문했다가 이곳 기능학에 매료돼 아주 상주하게 된 이 박사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모든 것이 충만해지는 현대인들에게 어쩐 일인지 갈수록 질병은 증가한다는 것.바로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새로운 증후군이다.

모든 문제는 먹고,마시고,숨쉬는 일의 질에 있다는 것이다.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스트레스,늘 무언가에 쫓기는 스케줄,운동 안 하고 많이 먹는 나쁜 습관이 하루가 다르게 심신을 지치게 한다는 설명이다.

더 이상 부족한 게 없지만 자고 나면 달라지는 세상 한가운데 불안하고 허전한 현대인.불치병은 정복할지언정 자기의 심신 밸런스를 맞추지 못해 마음에 독소를 쌓으며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밀검사로 잡히지 않는 원인 모를 질병이 신약개발 건수보다 더 많이 발병할 수밖에….

맞는 얘기다.

이유 없이 늘 피곤하고,뒷목을 필두로 한 어깨 등줄기 근육이 삼종세트로 뭉쳐 쑤시는 증세를 자주 호소하는 이들이라면 당장 이곳에 입원해 독소제거 프로그램을 받고 싶은 심정이 들 터다.

거기에 스트레스 조절 프로그램,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스파 치료,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채식과 콩단백질을 위주로 한 식단을 누리면 어쩐지 제 나이의 컨디션으로 돌아갈 것만 같다.

방콕(태국)=전혜숙 기자 hayonwy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