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이벤트’로 꼽힌 美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결정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밤 0.25%p의 금리인하로 발표됐다. 이에 기준금리는 연 2.0%로 낮아졌다. 지난 2004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2일 전문가들은 이번 FOMC의 회의 결과가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달러약세→인플레압력 악순환, “끝난다 vs 아니다”

우선 이번 금리인하가 그 동안 달러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 압력으로 이어지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신영, 동부, 대우 등)이 있다.

대우증권의 고유선 이코노미스트는 “FOMC의 성명서만 보면 미국 금리정책에 대한 방향성은 아직 안개 속이지만 공격적인 금리인하 국면은 일단 막바지 국면으로 보이고, 금리인하가 멈추면서 인플레가 안정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달러화 가치 반등과 함께 상품가격 급등세도 멈출 것으로 예상했다.

동부증권은 한걸음 더 나아갔다. 이 증권사의 송경근 애널리스트는 미국 FOMC가 금리 인하와 함께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향후 미국의 경기둔화 지속여부보다 경기 반등 시기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가 동결되면 급락하던 달러화 가치가 반등하면서 기존 상품시장의 투기자금들이 저평가상태인 미국증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제는 미국 경기둔화 지속 여부보다 미국 경기 상승 반전 시기를 가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반면 달러 약세와 원자재가격 급등, 인플레 압력 등 현 상황이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는 시각(CJ, 삼성 등)도 있었다.

CJ투자증권의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시장은 금리인하 사이클의 종결을 기대했으나 미 연준은 중단보다는 유보라는 카드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FOMC 성명서와 달리 이번 성명서에서는 시의적절하게 행동에 나서겠다는 문구에서 ‘시의적절한(timely)’이라는 단어를 삭제했고 경기하강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문구도 삭제했다는 것. 따라서 현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악순환이 끝난다고 보는 쪽은 금리인하 동결에 주목한 경우이고, 현 상황이 지속될 거라는 쪽은 금리인하 자체보다 향후 금리 정책 기조가 명확하지 않음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현지 반응은 일단 이번 조치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밤사이 미 외환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하락을 멈추고 상승반전했다. 유로화 및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이며 최근 5주 가운데 최고치수준을 보였다.

뉴욕증시도 향후 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블루칩 중심인 다우지수와 대형주 중심인 S&P500지수가 급등했다.

◆ 국내증시 영향은?

이번 FOMC회의 결과는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래에셋증권의 정상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상승이 금리인하의 중단을 견딜 수 있을 지, 그리고 인플레에 대한 연준의 스탠스가 변화할 지를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주가는 대체로 정책금리에 선행하는데, 실질금리 마이너스 국면에서의 주가반등은 경기회복의 선행적 성격”이라고 풀이했다. 신용위기가 회복국면인 것도 경기회복에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90년 이후 경기 침체 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국면으로 간 후에 빠른 전환은 쉽지 않았다”며 “그만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한 신용 위기 회복은 유동성이 공급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의 중앙 은행은 이미 긴축 스탠스를 유지한 상태라 금리 인하 정책보다는 직접 지원 방식의 유연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에 긴축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하반기 이후의 경기 회복에 따른 금융 및 경기민감소비재 업종(내구소비재, 자동차)에 대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의 소장호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금리인하는 최근 국내 증시의 안도랠리 연장 과정에서 이미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1800선 위에서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1740~1880P대에서 새로운 박스권이 구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증권의 민상일 애널리스트도 미국 금리인하가 국내 증시에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단기적인 상승탄력 둔화에 동의했다. 민 애널리스트는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의 관심이 미국에서 국내 요인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국내 경기부양에 대한 요구를 감안해 내수 관련주에 주목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