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은 2일 최근 글로벌 증시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저렴해지고 있지만 자금운용기간이 1년 이하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에는 부담스럽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주가 고점 시기와 비교해 MSCI 세계지수의 PER(주가수익비율)은 14.5배에서 11.8배로, 홍콩 H지수는 작년 11월 23.1배에서 지난 4월 11.7배로 내려가는 등 글로벌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전반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의 밸류에이션 배수가 낮아지는 디레이팅 현상은 우리가 상당기간 감내해야 할 지 모른다”며 “2~3년의 변동성을 이겨낼 수 있는 투자자라면 지금 주식을 사볼 만한 시기지만, 1년 정도의 투자 시계(視界)를 지닌 투자자가 주식을 사면 실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성장(G)과 할인율(R)인데, 글로벌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고점을 형성했던 지난해 4분기는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가장 높았고, 위험자산에 대한 위험인지도도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고, 할인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크로 관점에서의 성장률 전망치도 빠른 속도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대차대조표가 강해져 이번 경기하강 국면에 기업 이익 감소폭은 과거에 비해 크지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매크로 환경 변화 영향에서 기업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봤다.

또 최근 높아지고 있는 인플레 압박으로 금리의 절대 레벨이 낮아지기도 어렵다는 시각이다. 경기하강이 심각한 미국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중국과 대만, 호주 등은 오히려 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이익 증가와 밸류에이션 배수 상승이 함께 나타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던 작년과 같은 모습은 상당 기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이다.

성장에 대한 믿음이 다시 공고해지거나, 글로벌 인플레 압박이 약화되는 시기가 도래해야 리레이팅(주식의 밸류에이션 상승) 흐름이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