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맹목적 민족주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월3일자)는 '성난 중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베이징올림픽과 티베트 사태를 계기로 맹목적 민족주의가 확산돼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 정부도 이를 염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개방화에 힘입어 경제대국에 올라섰지만 까르푸 불매운동 등으로 나타난 반외자 정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매우 위험한 세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서울에서 발생한 올림픽 성화봉송 폭력 사태로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2일 보도했다.

FT는 최근 수년간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이 봇물을 이루면서 중국이 한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며 그러나 중국의 그릇된 민족주의가 한국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인 사이에 반중 심리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 정부도 최근의 민족주의 정서가 내부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배출구에 그치지 않고 현 체제에 도전하는 '양날의 칼'이 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 때문에 올림픽 성화 대륙 봉송 개시일이면서 반외세 운동을 대표하는 5·4운동 기념일인 4일 대규모 시위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1919년 일어난 5ㆍ4 운동은 제1차 세계대전을 마무리짓는 파리강화회의에서 독일이 중국 산둥성에 갖고 있던 이권을 일본에 넘기기로 결정하자 중국 학생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일어났다.

톈안먼 광장에 수천명이 모여 시작한 반일시위는 곧 중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이 운동을 주도한 일부 학생 리더들이 바로 2년 뒤인 1921년 중국 공산당을 창설했다.

중국 공산당은 마르크시즘보다는 민족주의에 기반한 애국주의를 이데올로기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이런 맥락에서 비롯됐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