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발표된 '3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재고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생산 출하 소비 등은 아직은 호조세지만 전반적인 경기 하강 국면을 되돌리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경기선행지수 4개월 연속 하락

경기 침체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선행지수다.

선행종합지수는 금융회사 유동성과 자본재수입액 등 2개 지표가 증가했지만 구인구직비율,종합주가지수,소비자기대지수 등 8개 지표가 감소해 전달보다 0.3% 하락했다.

작년 같은 달 대비로는 3.7% 증가해 작년 12월 이후 4개월 연속 전달 대비 증가폭이 둔화됐다.

통상적으로 향후 경기 국면을 예측할 때는 선행종합지수 전년 동월비의 전월차를 따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 하강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경기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동행지수에 악영향을 미친 요소는 건설기성액과 서비스업생산지수였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시에 하락함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경기가 이미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정을 내렸고,통계청도 하강 국면 진입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선행지수와 동행지수 간 시차가 과거엔 8~9개월이었지만 최근엔 3~4개월로 좁혀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경기가 이미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태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확실히 진입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한 것은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전환하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생산 출하 등은 호조

생산,출하,소비재 판매 등 현재 상황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들은 비교적 괜찮은 실적을 나타냈다.

제조업 생산은 자동차,영상음향통신,화학제품 등의 생산 호조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0.0% 증가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켜냈다.

출하도 8.6% 늘어나 지난 1월 10.0%엔 못 미치지만 2월 7.7%보다는 오히려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내수용 출하는 석유정제,컴퓨터 등의 부진으로 4.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출용 출하가 15.7% 늘어난 데 따른 '선방'이었다.

그러나 재고는 반도체 및 부품,자동차,의복 및 모피 등의 재고가 늘어나면서 9.5%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5.8%,지난 1월 5.0%,2월 8.4%와 비교할 때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따라 재고와 출하의 증가 속도를 토대로 분석하는 재고출하순환이 지난 1분기에 '둔화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엔 둔화 하강 방향으로 이동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래프상으로는 회복ㆍ상승 국면에 머물고 있었다.

이는 결국 당장의 수치로는 생산 출하 등이 그런대로 괜찮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흐름을 토대로 분석해보면 경기 하강 기조가 분명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대응 관심

경기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 고용동향 조사에서는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가 37개월 만에 처음으로 18만명 선으로 줄어들었다.

통계청 소비자전망조사(CSI)도 지난달 100선이 붕괴되며 99.7로 추락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4월 들어 100선이 깨졌다.

경기 하강 기조가 완연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필두로 한 정치권은 경기 상황이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