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에너지 의존 기업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고유가 여파는 향후 화학과 설비업종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여 기업 경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30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한국전력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여타 기업들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날 1분기 영업손실이 2191억400만원으로 전기 대비 적자지속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한전과 발전회사 통합 1분기 영업이익은 5547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1073억원에 비해 반토막에 가까운 49.9%가 줄었다.

한전의 경우 전기생산을 위해 사용 중인 연료의 54%가 LNG, 중유가 10%, 석탄이 30%를 차지하고 있어 유가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한전이 도입한 연료단가는 지난해 1분기 배럴당 55달러에서 올 1분기 91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1분기 한전과 발전회사 통합 연료비는 전년대비 1조원에 가까운 9083억원이 급증, 3조7294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비용 중 연료비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한전으로서는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면서 영업실적에 직격탄을 맞기 시작한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연료 평균단가 10% 증가하면 한전의 연간 연료비는 1조2000억원이 늘게되는 구조"라며 "유가 100달러 돌파가 영업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도 진정기미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항공업체들도 실적 부진으로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제유가 급등 직격탄을 맞으면서 1분기 실적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한항공은 이날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95억95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87.1% 감소했다"고 밝혔다.

1분기 실적악화의 주범은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연료유류비 폭등으로 분석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 1분기 연료유류비는 811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4% 급증했다. 지난해 1분기 186.7센트이던 평균단가가 올 1분기에는 267.4센트로 43.0%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가 100달러 돌파가 이제 기업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면서 "유가 급등세가 꺾이지 않는 한 플랜트 설비 업종이나 화학 업체들도 실적악화의 사정권에 들어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