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파워맨' 강우석 감독(48)은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춰 도착했다.

요즘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강 감독의 기개는 여전했다.

지난 29일 저녁 서울 충무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강 감독은 술이 몇 순배 돌자 한국 영화의 불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한국 영화가 지금처럼 힘들어진 것은 '눈 먼 돈'이 너무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수준 이하의 작품까지 마구잡이로 만들어냈으니 관객들이 외면한 것은 당연합니다."

그가 말하는 해결책은 간단하다.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다.

'잘 만든 영화'란 관객들과 소통하면서도 '소신 있는' 영화를 말한다.

"올해 최고 흥행작은 비수기에 나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과 '추격자'죠.'우생순'은 만든다는 발표가 나올 때부터 될 거라고 감을 잡았습니다.

관객 취향에 맞추겠다고 어설프게 만들지 않고 소신있게 밀어붙인 영화가 흥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는 작품을 잘 만드는 것 외에 영화인들의 자성도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좀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강남의 한 영화제작자 후배를 혼쭐 낸 이야기를 들려줬다.

"벤츠600을 타고 다니면서 요즘 너무 어렵다는 하소연을 하기에 '이 XX야.당장 차 팔아!'라며 술집에서 내쫓았죠.'내가 열심히 해서 이만큼 벌었으니 이렇게 쓰겠다'고 하면 박수를 쳐주겠지만 영화 한 편 만들 처지도 못 되면서 그러면 안 되죠."

강 감독은 또 한국 영화 회생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의지할 생각을 버리라는 것이다.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최근 들어왔지만 고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영화를 만들어서 한국 영화를 살리겠다고 말했습니다.정부는 영화지원 기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독만 잘 해주면 되지 않을까요.

그 기금은 독립ㆍ예술영화를 지원하고 또 영화학도를 키우는 데 쓰고요.돈 벌자는 상업 영화를 정부자금 받아서 만드는 건 말이 안됩니다."

그는 '한반도' 이후 2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강철중'을 오는 6월19일 선보인다.

자신이 만든 영화투자ㆍ배급사인 시네마서비스의 위기론이 퍼지자 '강우석 사단'의 수장인 그가 직접 나섰다.

"2002년에 만든 '공공의 적'의 진정한 속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2편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강철중은 주인공이 아니었죠.순제작비가 44억원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제가 자신있게 승부수를 띄운 작품입니다."

복귀작으로 '강철중'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조사 결과 '공공의 적'은 관객들이 가장 속편을 기대하는 영화라고 판단했다.

'강철중'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다시 살려보겠다는 생각은 벌써부터 했었다.

"1편보다 더 나은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촬영 도중 몇 번이나 때려치우려고 한 적도 있습니다.

그 때마다 설경구씨(강철중 역)가 꼭 해내야 한다고 저를 설득했죠.유해진 이문식 등 다른 배우들도 한층 원숙해진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는 영화를 흥행시켜 시네마서비스를 꼭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만약 흥행에 실패하면 시네마서비스를 KnJ엔터테인먼트와 합병시키더라도 끝까지 끌고가겠다는 것.KnJ는 강 감독이 장진 감독과 함께 만든 제작사로 '강철중' 외에 '신기전' '모던보이' 등 올 여름시즌 기대작들을 만들었다.

"시네마서비스는 제 몸이나 다름없습니다.제가 영화를 계속 하는 한 존재합니다.CEO(최고경영자) 등의 타이틀을 다 빼고 영화감독 '강우석'이 충무로에 있는 한 말이죠."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