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에 승용차 한 대를 올려놓는 셈이지만 단지 부를 과시하기 위해 산다는 것은 옛말입니다.

남자에겐 명함과 같으니까요."

지난 26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 4층의 명품시계 편집숍 '빅벤(BIG BEN)'에서 만난 VIP고객 박모씨(48)는 5000만원짜리 스위스 명품시계 '바쉐론 콘스탄틴'의 '말테 토너 듀얼타임'을 집어들며 이같이 말했다.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는 연간 1만6000여개만 공급되며,이 중 극소수 아이템만 국내에 들어온다.

승용차 한 대 혹은 아파트 한 채 가격에 맞먹는 초고가 명품시계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들에게 명품 핸드백이 하나쯤 있어야 하는 필수품이 된 것처럼 와이셔츠 소매 끝 사이로 슬쩍 드러나는 '은근한 멋'을 추구하는 남성들도 많기 때문.서울 유명 백화점과 특급호텔에선 '인간이 살 수 있는 최고가 시계'라는 세계 5대 명품시계(바쉐론 콘스탄틴.오데마 피게.블랑팡.브레게.파텍 필립)를 앞다퉈 들여오고 있다.

이들 5대 명품은 모두 100년 이상의 역사에,수작업을 통해 부품 하나 하나를 정교하게 만들어 유럽에선 정치인.최고경영자(CEO) 등이 주고객이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바쉐론 콘스탄틴은 주당 2개 이상 판매되는 스테디셀러"라며 "명품시계 수요가 많아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폴스미스' 시계를 취급하는 '갤러리 어클락(Gallery O'clock)' 매장을 명품관 웨스트에 추가로 냈다"고 말했다.

이 매장에선 바쉐론 콘스탄틴을 비롯해 '예거 르쿨트르''크로노스위스' 등 2000만~1억원대 해외 명품시계를 취급한다.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도 바쉐론 콘스탄틴의 작년 총 매출이 전년대비 30%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에비뉴엘은 2억7000만원짜리 스위스 명품시계 '오데마 피게'의 '로열오크 투르비옹'을 지난 2월 판매했다.

아파트 가격과 맞먹는 이 모델은 작년 말 입점했다.

박상옥 해외명품 바이어는 "최근 3000만원 이상 고가 시계 매출이 1년 전보다 30% 이상 늘었고,전체 시계 매출의 20%를 웃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스와치그룹의 프리미엄 시계 편집매장 '이퀘이션 두 땅(Equation du Temps)'도 작년 7월부터 운영 중이다.

명품시계업체 관계자는 "스위스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고급 시계 관세가 완전히 철폐되는 2011년 이후 국내 명품시계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