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최근 주도주 논쟁의 함정과 ‘헤어컷 감염'
주가가 살아나면서 앞으로 증시를 이끌 주도주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우선 자동차 정보기술(IT)과 같은 수출주가 유망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내외에서 움직이고 환율이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시차를 감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출 업체들의 채산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조선 철강 화학과 같은 중국 관련주가 향후 증시를 이끌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거래세 인하를 계기로 회복국면에 접어든 중국 증시가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할 경우 중국 관련 업종에 비교적 큰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두 시각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현 정부의 성장우위 정책과 쉽게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달러부족 현상 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이 지금 수준에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긴축정책도 제대로 추진되려면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이 어느 정도는 받쳐줘야 가능한 문제다.

하지만 주도주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라는 생각이다. 요인분석(factor analysis)을 해보면 이제 우리 수출은 환율(30%)보다 세계 경기 요인(70%)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증시부양정책도 긴축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연착륙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또 그때 그때 주도주로 갈아타는 전략이 '기대 만큼 수익을 높게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제라미 시겔,워런 버핏과 같은 투자고수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성급한 마음과 지나친 기대감에 빠져 너무 주도주를 쫓다보면 실제로는 수익을 얻지 못하는 이른바 '성장의 함정(growth trap)'에 빠진다는 것을 일찍부터 경고해 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주식투자자나 사모펀드라 하더라도 투자비용이 낮은 인덱스펀드만큼의 실적을 내지 못한다는 사실은 반복해서 입증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바닥론이 제기된 이후 지금까지의 주가회복국면에서도 지수에 연동된 펀드를 투자한 사람이 가장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는 한 펀드 관련 기관의 평가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준다.

오히려 요즘같은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제라미 시겔이 강조한 'DIV' 지침대로 주식을 선택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평가(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주식선택 전략이다.

이 지침에서 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가 침체되거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현금흐름이 유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국제화는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미국 유럽에서 브릭스나 프런티어마켓으로 옮겨가는 추세를,가치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가치(value)에 비해 가격(price)이 너무 떨어진 주식을 체리 피킹하거나 성장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주식이 궁극적으로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좀 더 예뻐지기 위해 머리카락을 조금 자른다는 것이 자르고 자르다 보면 나중엔 머리 전체를 다 깎게 되는 상황을 빗댄 '헤어컷 감염(haircut contag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주식투자도 더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그때 그때 주도주를 갈아타다 보면 애만 쓰지 궁극적으로는 수익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전문가들이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직접 매입하기보다는 펀드와 같은 간접투자를,단기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권하는 것도 바로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지 않나 생각한다.

객원 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