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컨소시엄 생각" … GS, 파트너 물색
두산.한화도 가능성 … 참여 희망 기업 늘듯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둘러싸고 주요 인수후보군 간 '합종연횡'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 두산 GS 한화 등 강력한 인수후보들이 줄줄이 나서면서 단독으로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너지 효과가 큰 기업과 손을 잡을 경우 막판 심사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탈락'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최선(단독인수)' 대신 '차선(공동인수)'을 염두에 둔 카드이기도 하다.

◆개인전에서 단체전으로?

대부분의 인수 후보들은 여전히 단독인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공동인수'는 독자적인 경영권 행사에 분명 방해 요인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컨소시엄'이라는 단어를 아낀다.

하지만 물밑으로는 연합전선 구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실탄 확보' 측면에서 단독인수 여력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졌던 포스코마저 입장이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지난 23일 기자와 만나 "컨소시엄 구성도 생각하고 있다"며 "자금뿐만 아니라 모양새도 나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꼭 포스코 혼자서 한다는 고집은 없다"며 "다만 전략과 지향점이 일치하는 파트너라야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이 해서 시너지 효과가 날 대상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자 하게 될 것"(윤석만 포스코 사장)이라던 기존의 멘트에 비해 훨씬 유연해진 것이다.

GS그룹도 파트너 물색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관계자는 "A회사가 B기업에 비밀리에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는 식의 소문이 여러 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두산과 한화 등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수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가능성을 높여라


현재 주요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기업은 포스코 두산 GS 한화 등 네 곳.산술적으로만 보면 인수 가능성이 25%에 불과한 셈.누구도 인수를 장담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 중 두 곳이 손을 잡을 경우에는 인수확률이 대폭 높아지게 된다.

덩달아 자금 조달 능력도 커진다.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시가총액은 약 8조8000억원.매각절차가 시작된 이후 한 달여 만에 2조원가량 몸집이 불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인수 예상가격은 기존의 7조~8조원대를 넘어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정 기업 한 곳이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부담스러운 크기다.

채권단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라도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구택 회장은 "요즘 기업 인수.합병(M&A)은 가격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며 "(시너지 효과와 같은) 비가격적 요소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여러 가지로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넓어지는 인수 후보군


인수후보들의 공동전선 구축이 본격화되면 인수후보군 자체가 확대되는 효과도 낳는다.

여러 가지 사정상 단독으로는 입찰제안서를 내기 부담스러운 기업들이 굵직한 기업에 얹혀 대거 인수전에 뛰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 등 조선업체와 동국제강 등 철강업체가 여기에 해당한다.

만약 채권단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사업분야별로 나눠 파는 분리매각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뜻을 내비칠 경우에는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부문을 맡고 다른 조선업체 한 곳이 일반조선 분야를 책임지는 그림을 제시하면 상당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