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숨을 고른다. 소강상태다. 1800P를 중심으로 등락하는 양호한 휴식이다.

나흘 동안 쉼 없이 달려 지난 21일에 기어코 1800 고지를 밟았다. 일단 큰 고비 넘겼으니한숨 돌리며 물도 한 잔 마시고, 다리쉼 하면서,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도 닦아야 할 터다.

많은 이들이 호흡을 고르는 지수를 지켜보면서 생각에 잠겨있을 것이다. 특히 작년 급등장 때 상투를 잡았던 투자자들이라면 그 동안 까먹은 손실 생각에 마음이 급할 게다. 당장이라도 지수가 훌훌 털고 내달렸음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지수가 숨을 고르는 동안 투자자들도 지수의 기본체력(펀더멘털)을 냉정히 들여다보며 객관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지수가 과연 더욱 높이 뛰어 오를 수 있을지, 간다면 어느 정도가 한계일지 말이다.

22일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때가 때이니 만큼 1800선 돌파를 주제로 하는 보고서를 많이 쏟아냈다.

당분간은 후퇴보다는 전진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더 큰 분위기다.

미국 장단기 금리가 상승반전했는데도 미국증시가 오르는 걸로 봐서 실물경기 회복 기대감이 크다(하나대투증권),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는 안도감과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부국증권), 국내증시에서는 부진했던 조선주로까지 매기가 확산되는 등 상승 탄력이 강하다(동부증권),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의 긍정적 실적 전망도 좋은 재료다(한화증권) 등 이유도 다양하다.

심지어 ‘수급이 아직은 불안하다(굿모닝신한증권)’거나, ‘금융위기의 발원지였던 미국 경기소비재와 금융업종 실적 부진이 걱정스럽다(한국투자증권)’는 이들도 우려되는 점이 있기는 하나 상승 분위기를 탄 것 같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 만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시작된 암울했던 시장 분위기가 많이 호전됐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러나 간다, 안 간다의 여부는 사실 시간이 흘러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삼성증권에서 내놓은 보고서가 비교적 차분하게 시장의 주요 변수를 잘 짚은 것으로 보여 비교적 상세히 소개한다.

대외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인하, 유가, 중국증시를, 대내적으로는 경기, 기업실적, 수급 등을 들어 살폈다.

삼성증권의 결론을 미리 밝히자면 1분기 기업실적을 제외한 나머지 변수는 중립 또는 중립 이하의 시장 관점으로 분석된다며 지수 눈높이가 높아진 1800선에서의 상승 탄력은 크지 않다는 쪽이다.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정책은 공격적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증시가 경기보다 유동성에 민감했다는 점에서 이는 시장에 중립 이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국제유가는 달러약세와 맞물려 상승하며 글로벌 증시에 부담인 상황으로, 우리시장에서는 2분기 기업이익의 신뢰도를 약화시킬 변수가 될 수 있어 시장에 중립 이하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증시에 대해서는 정부당국의 수급개선의지와 단기급락에 따른 기술적 반등 기대, 중국경제 성장 지속 등은 긍정적이나 수급 불균형과 인플레 압력이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증시 변동성 확대와 우리 증시의 중국관련주에 대한 경계감 확대 요인이 될 수 있어 중립적인 변수라고 삼성증권은 판단했다.

국내경기는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기대감, 미국경기 회복 가능성 등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 경기모멘텀 약화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어 중립 이하의 변수라는 것이 삼성증권의 의견이다.

국내외 기업실적은 예상외로 양호해 2분기 실적개선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데, 24일 현대차, 25일 삼성전자의 실적발표를 정점으로 긍정적인 영향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적은 단기적으로는 중립이상의 변수라는 시각이다.

수급은 중립 이하의 변수로 판단했다. 주도세력이 여전히 부재해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단기방향성이 나타나는 상황인데, 매수차익잔고가 절대적인 규모에서 높아져 시장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지속성을 단언하긴 어려우나 외국인의 매매가 3월말 이후 중립적인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