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대기업에 다니는 윤 모 차장(38)은 최근 퇴직연금을 선택하게 됐다.

회사에서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각 개인에게 선택권을 준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윤 차장은 퇴직연금이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또 퇴직연금사업자로는 은행과 보험,증권사 49곳이 있다는 것도 파악했다.

"퇴직연금은 무엇보다 안정적이어야 돼"라고 생각한 윤 차장은 DB형을 선택하고 퇴직연금사업자로는 B은행을 골랐다.

반면 옆 자리의 김 과장(36)은 DC형,사업자로는 증권사를 선택했다.

"향후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내 퇴직연금을 크게 불려줄거야"라는 게 김 과장의 생각이었다.

최근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는 기존 퇴직보험·신탁에 대한 손비인정제도가 없어지고 퇴직연금만 손비인정에 따른 법인세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2010년을 전후로 기업들은 대거 퇴직연금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말 현재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2조7857억원에 그친다.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비율은 6.2%에 불과하기 때문.그러나 2010년께는 20조∼4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본 금융사들은 앞다퉈 퇴직연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DB냐,DC냐

퇴직연금은 크게 DB형과 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퇴직 때 받을 금액을 미리 확정하는 방식으로 현행 퇴직금 제도와 비슷하다.

퇴직급여의 60% 이상을 반드시 금융기관에 적립해 회사의 재무상황이 악화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퇴직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

DB형에서 중요한 것은 '임금상승률'과 '예상 근속기간'이다.

퇴직 직전에 받은 월급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주기 때문에 임금 상승률이 높은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DC형은 운용 수익률에 따라 금액이 바뀌는 방식이다.

기업이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1년에 한 번 이상 근로자의 개인 계좌에 납입해주면 그 금액을 근로자 자신이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하게 된다.

그 운용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고 운용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가 진다.

손성동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DB형은 기업이,DC형은 근로자 개인이 책임을 지는 형태"라며 "DB형은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는 장기근속자에게 유리하고 DC형은 이직이 잦은 근로자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1월 말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를 보면 DB형을 선택한 비중(적립금 기준)이 65.7%로 DC형보다 많다.

다만 최근 가입자가 늘면서 DC형 비중이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2007년 2분기 현재 퇴직연금 자산 중 DC형이 4조4210억달러이고 DB형은 2조3890억달러이다.

일본 독일 등은 DB형이 많지만 증가속도는 DC형이 빠르다.


◆은행 증권 보험 어디에 맡길까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어느 퇴직연금사업자(현재 49개사)를 고르는가도 중요하다.

근로자가 직접 투자하는 DC형의 경우 더욱 그렇다.

현재 퇴직연금시장 점유율(2월 말 현재 적립액 기준)은 △보험 49.5%(1조4432억원) △은행 40.9%(1조1934억원) △증권 9.6%(2813억원) 순이다.

보험업계가 기존 퇴직보험 운용 경험을 내세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강력한 영업력을 앞세운 은행권의 추격이 거세다.

실제 보험과 증권사의 점유율은 전년비 소폭 줄고 있고 은행은 상승하고 있다.

은행권의 점유율은 지난해 6월(33.3%)보다 7.6%포인트나 올랐다.

김형남 우리은행 신탁사업단 부장은 "은행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추구하는 중도적 투자운용을 할 수 있는데다 카드,대출,수신 등의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최근 대출·예금 금리 우대 및 수수료 감면 혜택 등을 내걸고 적극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 2541억원,국민은행 2524억원,농협 2209억원,신한은행이 1490억원을 적립했다.

보험사들은 오랫동안 퇴직금 관련 업무를 해와 노하우가 풍부하다.

보험 상품과 퇴직연금 상품은 기본적으로 장기상품이란 점에서 공통적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이 8883억원을 적립해 가장 많고 교보생명이 1930억원,삼성화재가 1590억원을 적립했다.

증권사의 경우 실적 배당상품 투자가 많다.

적립금 운용현황을 살펴보면 은행,보험사는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각각 77.3%와 91.4%지만 증권사는 실적 배당상품 비중이 63.7%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증시가 호황이었던 지난해 수익률은 증권사가 높다.

DB형의 경우 지난해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증권사가 미래에셋증권 14.2%,한국투자증권 12.83% 등을 기록한 반면 은행은 평균 5.28%,생보사는 평균 4.33% 등에 그쳤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