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배동현씨(40ㆍ서울시 도화동)는 동창회 등 어디에 가도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다.

고용불안과 경기침체가 샐러리맨을 옥죄는 요즘 '꿈의 연봉' 1억원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30대 초반부터 오로지 성공을 위해 매진해온 결과다.

그러나 잘 나가는 배씨에게도 최근 말 못할 고민이 생겼다.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했는데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버지가 앓고 있는 당뇨병 탓인가, 아니면 벌써 갱년기가 시작된 것인가 하는 걱정에 배씨는 기운이 빠진다.

2004년 대한남성과학회가 40∼80대의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9.8%가 발기부전이었다.

완전발기부전은 2.5%,중증은 10.5%,경증과 중증 사이는 15.4%,경증 발기부전은 21.4% 등이었다.

40대에서는 33.2%, 50대에서는 59.3%가 발기부전이었다.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돼 배씨처럼 한창 사회적으로 활동할 시기에 발기부전으로 고개 숙인 남성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제종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최근 발기부전이 늘고 있는 것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대사증후군 비만 같은 만성 성인병의 증가 때문"이라며 "스트레스 우울증 등 심리적 요인에 의한 발기부전이 전체의 20%가량을 차지한다면 나머지 대부분은 성인병 단독 또는 심리적 요인이 겹친 것이다"고 말했다.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도 "발기부전을 단순히 성기능 장애로만 인식하지 말고 중년 남성에게 흔히 나타나는 성인병의 바로미터의 하나로 봐야 한다"며 "연구 결과 한국 40∼50대 남성의 발기부전은 30.5%가 당뇨병,34.3%가 고혈압,26.0%가 고콜레스테롤혈증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여러 성인병 중에서 발기부전을 부르는 가장 심각한 질환은 최근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는 당뇨병이다.

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당뇨병 환자의 35∼75%가 발기부전을 가지고 있다.

또 당뇨병 발병 후 10년 안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기부전을 보이고 당뇨병의 첫 증상으로 발기부전이 나타난 경우가 12%나 된다는 게 김세웅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 때문인지 올해 초 바이엘쉐링제약과 시니어 컨설팅회사인 시니어파트너스가 조사한 결과 성인병이 없는 발기부전 남성은 10명 중 1.5명꼴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경험이 있는 반면 당뇨병 환자는 10명 중 4명꼴로 복용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은 자율신경계와 음경해면체의 말초신경을 퇴행적으로 변화시키고 성선호르몬 분비량을 감소시켜 성적 흥분을 둔감하게 만든다.

또 혈관의 신축성을 떨어뜨리고 말초혈관에 동맥경화를 일으켜 음경해면체 안으로 동맥피의 원활한 공급을 하지 않으므로 당뇨병이 유발된다.

고지혈증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나 혈전을 끼게 해 음경동맥의 혈액순환을 가로막는다.

복부비만은 배에 축적된 지방이 남성호르몬을 감소시켜 발기부전과 함께 근육량 감소,활력저하,피로 및 우울증 등을 초래한다.

이 밖에 담배는 음경혈관을 수축시키고 술은 남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며,감기약을 비롯한 상당수 약물이 발기 유발 메커니즘을 방해한다.

따라서 전립선ㆍ직장 수술로 인한 성 신경의 파괴,교통사고ㆍ척수손상 등에 의한 중추신경 마비 등에 의한 불가피한 발기부전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성인병에 의한 발기부전은 규칙적인 운동,고열량 음식 섭취 자제,금연과 절주 등으로 극복해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라면 이런 건전한 생활습관을 통해 혈당을 낮추는 게 우선이다.

그래도 효과가 미흡하다면 먹는 당뇨약이나 인슐린 주사제를 투여한다.

성생활이 원활하지 않을 때에는 전문의의 진단 아래 바이엘쉐링의 '레비트라'(바르데나필)처럼 당뇨성 발기부전에 보다 잘 듣는 약을 복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움츠러든 남성의 어깨를 펴게 하는 첫 번째 열쇠가 발기부전 치료"라며 "건전한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적절한 약물치료가 이뤄진다면 잃어버린 내면의 '남성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