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혁 원로목사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행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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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혁 강변교회 원로목사(71)는 지난 1월 담임목사직에서 은퇴한 후 더 바빠졌다.
그의 수첩 일정표에는 하루도 빈 날이 없이 약속이 잡혀 있다.
은퇴 이후 전국의 작은 교회,소외된 교회를 찾아다니며 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소문이 퍼지자 설교 요청이 쇄도했다.
불과 한 달 만에 5월까지 일정이 다 찼고 지금은 연말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와 아퀴나스 신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4년 후암교회 교육목사를 시작으로 34년째 목회활동에 전념하고 있다.서울 지하철 수서역 부근의 오피스텔에서 그를 만나 작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사회가 어느 정도 평준화돼야 편안한 마음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빈부 차이가 심하면 불안과 갈등,분노가 생겨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차이가 심해서 작은 교회에서는 소외감과 좌절감을 넘어 분노가 생기고 있어요.
작은 교회들의 사정을 보면 심각하거든요.
자립은커녕 교역자의 생활조차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교회 지도자와 대형 교회들이 이런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 목사는 오라는 곳은 전국 어디든 간다.
몇 시간씩 손수 운전해서 강원도 정선,경북 안동·경주,전남 고흥 등을 찾아간다.
"일주일에 보통 3∼4곳 이상을 찾아갑니다.
지난주에는 경북 안동에서 설교했고 다음 주에는 수유리에 있는 교회에 갑니다.
인도 콰테말라 캄보디아 중국 독일 등 외국 교회도 방문할 계획입니다.
작은 교회와 아직 부흥되지 못한 선교지 교회를 중심으로 다닐 생각이지요."
사례비는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돈으로 떡과 초콜릿을 마련해 나눠준다.
"문의 전화가 정말 많이 와요.
교인이 30여명 뿐인데 올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해요.
어떤 교회에선 2,3일씩 올 수 없냐고도 하고요.
그만큼 작은 교회들의 요구가 간절합니다.
제가 가는 교회는 대부분 교인이 50명 이하인데,모두 귀한 곳들입니다.
은퇴 후에 너무 바쁜 것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김 목사는 작은 교회들의 요구가 간절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초 방문했던 경주의 동부제일교회는 교인의 절반이 할머니였고,남양주 큰믿음교회는 전세살이도 힘들 정도라는 것.교회 숫자로만 보면 이런 교회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대형 교회들이 지교회까지 세워가며 작은 교회 신자를 데려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큰 교회들이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작은 교회들이 위축됩니다.
대형 교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음악 등의 프로그램이 좋은 큰 교회로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작은 교회는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김 목사는 "교인이 600명,1000명을 넘으면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된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며 "대형 교회의 규모에 적절한 제한선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의 세습과 호화생활,납세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해서는 "다소 지나친 점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며 "욕을 바로 먹으면 약이 된다"고 했다.
개신교가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종교,문화와 접촉점을 만들고 교류하면서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이끄는 문화적 변혁주의가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김 목사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사제는 물론 다른 종교인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제일 존경하는 분으로 정토회의 법륜 스님을 꼽을 정도다.
김 목사는 "구원이 모든 종교에 다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고등종교에는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다"며 "조건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불교의 자비정신은 기독교보다 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그의 수첩 일정표에는 하루도 빈 날이 없이 약속이 잡혀 있다.
은퇴 이후 전국의 작은 교회,소외된 교회를 찾아다니며 설교를 하기 때문이다.
소문이 퍼지자 설교 요청이 쇄도했다.
불과 한 달 만에 5월까지 일정이 다 찼고 지금은 연말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와 아퀴나스 신학원에서 공부한 그는 1974년 후암교회 교육목사를 시작으로 34년째 목회활동에 전념하고 있다.서울 지하철 수서역 부근의 오피스텔에서 그를 만나 작은 교회에서 설교하는 이유를 들어봤다.
"사회가 어느 정도 평준화돼야 편안한 마음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빈부 차이가 심하면 불안과 갈등,분노가 생겨요.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큰 교회와 작은 교회의 차이가 심해서 작은 교회에서는 소외감과 좌절감을 넘어 분노가 생기고 있어요.
작은 교회들의 사정을 보면 심각하거든요.
자립은커녕 교역자의 생활조차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교회 지도자와 대형 교회들이 이런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김 목사는 오라는 곳은 전국 어디든 간다.
몇 시간씩 손수 운전해서 강원도 정선,경북 안동·경주,전남 고흥 등을 찾아간다.
"일주일에 보통 3∼4곳 이상을 찾아갑니다.
지난주에는 경북 안동에서 설교했고 다음 주에는 수유리에 있는 교회에 갑니다.
인도 콰테말라 캄보디아 중국 독일 등 외국 교회도 방문할 계획입니다.
작은 교회와 아직 부흥되지 못한 선교지 교회를 중심으로 다닐 생각이지요."
사례비는 받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돈으로 떡과 초콜릿을 마련해 나눠준다.
"문의 전화가 정말 많이 와요.
교인이 30여명 뿐인데 올 수 있느냐고 묻기도 해요.
어떤 교회에선 2,3일씩 올 수 없냐고도 하고요.
그만큼 작은 교회들의 요구가 간절합니다.
제가 가는 교회는 대부분 교인이 50명 이하인데,모두 귀한 곳들입니다.
은퇴 후에 너무 바쁜 것 아니냐고 하는 분도 있지만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죠."
김 목사는 작은 교회들의 요구가 간절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초 방문했던 경주의 동부제일교회는 교인의 절반이 할머니였고,남양주 큰믿음교회는 전세살이도 힘들 정도라는 것.교회 숫자로만 보면 이런 교회가 전체의 9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대형 교회들이 지교회까지 세워가며 작은 교회 신자를 데려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큰 교회들이 주도적 영향력을 행사하다보니 작은 교회들이 위축됩니다.
대형 교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음악 등의 프로그램이 좋은 큰 교회로 사람들이 떠나고 나면 작은 교회는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김 목사는 "교인이 600명,1000명을 넘으면 서로 모르는 사이가 된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있다"며 "대형 교회의 규모에 적절한 제한선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대형 교회 목회자의 세습과 호화생활,납세문제 등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해서는 "다소 지나친 점도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며 "욕을 바로 먹으면 약이 된다"고 했다.
개신교가 지나치게 배타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른 종교,문화와 접촉점을 만들고 교류하면서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이끄는 문화적 변혁주의가 필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실제로 김 목사는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한 천주교 사제는 물론 다른 종교인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제일 존경하는 분으로 정토회의 법륜 스님을 꼽을 정도다.
김 목사는 "구원이 모든 종교에 다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고등종교에는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다"며 "조건없는 사랑을 실천하는 불교의 자비정신은 기독교보다 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