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마무리 국면…이건희 회장 경영쇄신 카드 뭘까
삼성 특검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나온 이건희 회장의 '쇄신' 발언을 계기로 삼성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이 회장이 지난 11일 "그룹 경영체제와 경영진의 쇄신 문제를 깊이 생각해보겠다"며 특검 이후 삼성의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특검수사 결과에 따라 쇄신의 수위는 조절되겠지만 삼성그룹의 변화 방향에 대한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경영진 교체 가능성 △전략기획실 폐지여부 등이 핵심 포인트다.

재계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변화는 곧바로 다른 그룹에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거물급 외부인사 영입?

이 회장의 '쇄신'발언 이후 가장 유력한 쇄신책으로는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이 꼽힌다.

삼성그룹은 "경영진 쇄신을 고려하겠다"는 이 회장의 발언을 "그룹 고위층의 퇴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지만,특검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핵심 경영진의 교체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도 "지금까지 위기 때마다 이 회장이 보여주는 용병술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993년 '신경영' 당시 이 회장이 그룹 공채 출신이 아닌 현명관씨(전 삼성물산 회장)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해 조직의 변화를 꾀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현 경영진을 대신해 그룹 외부에서 거물급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비자금 특검으로 어수선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실추된 대내외 이미지를 일거에 만회하는 시도를 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이같은 경영진 교체는 중장기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에 대한 경영권 승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까?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은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이참에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외부 비판의 소지를 없앨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관련,삼성은 그동안 지주회사 전환은 현행 법률상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금융지주사의 경우 제조업 자회사를 둘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에버랜드나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분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원회는 비은행지주회사도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삼성이 마음만 먹으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도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게 삼성의 입장이다.

법률 개정으로 에버랜드나 삼성생명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지만,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현행 법률상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서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거느리려면 전자 지분 30%를 확보해야 한다.

현재 보유한 전자 지분 7.26%외에 22.79%를 더 확보해야 하는데,이를 위해선 무려 22조원이 필요하다.

◆전략기획실 해체 가능성은?

경영진과 경영체제 쇄신이 이뤄진다면 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의 위상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실은 1998년 만들어진 구조조정본부를 재편한 조직으로 이 회장의 경영방침을 각 계열사에 전파하고 핵심 투자계획과 자금집행 등을 총괄하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2006년 X파일 사건으로 1실5팀에서 3개팀으로 조직이 대폭 축소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막강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외 언론 등에서는 전략기획실을 주축으로 하는 빠른 의사결정이 이 회장의 리더십과 함께 삼성의 성공을 이끈 비결로 꼽았다.

하지만 편법 경영승계를 주도했다는 등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삼성이 특검 이후 쇄신을 한다면 가장 먼저 전략기획실을 없앨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전략기획실의 순기능을 감안할 때 완전 폐지할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식 경영이 세계에서 주목받은 것은 전략기획실을 통한 선택과 집중,신속한 의사결정이었다"며 "구체적인 대안도 없이 무작정 전략기획실을 없앨 수는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