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회사가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진다면 결국 그 손해는 노동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도쿄에서 만난 일본 전기노조연합의 야스히코 오사무라 부중앙집행위원장의 말이다.

한때 봄철만 되면 노동자 파업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일본의 노사는 요즘 탄탄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에서도 파업은 발생한다.

하지만 한 해 일어나는 파업 건수가 100건을 밑돌고 있고 그것도 대부분 시늉만 내는 파업이다.

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2002년 기준으로 0.2일에 불과했을 정도다.

우리나라 손실일수 90일과 비교하면 파업 강도가 어느 정도 약한지를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파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이로 인한 생산 차질도 거의 없다.

매년 300∼400건의 파업에 휘둘리며 수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는 한국의 노동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 영국이나 유럽 등지에서는 불법 파업을 벌였다가는 해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얼마 전 미국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을 벌였을 때 병원 측은 파업 참가자 모두를 해고시켰다.

영국에서도 2005년 영국항공의 기내식 제공 업체인 게이트고메사가 노조원들이 파업을 즉각 풀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업 가담 노조원 650명에 대해 즉각 해고 조치를 내렸다.

1981년 미국 관제사 1만3000여명이 파업을 벌였을 때 레이건 행정부는 복귀 명령을 거부한 1만1500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해고 조치를 단행했다.

독일 금속노조는 스스로 무분별한 파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요건을 노조원 75% 이상의 찬성으로 제한해 놓고 있다.

파업 중 임금은 노조기금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파업을 결행하지 않는다.

한때 노조의 천국으로 불리던 북유럽의 노동운동도 투쟁 대신 실리주의로 바뀐 지 오래다.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은 높은 노조 조직률을 자랑하지만 노조가 함부로 파업을 벌이거나 노동 권력을 휘두르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노조가 시장과 기업의 경쟁력을 우선시 하는 시장친화적(market friendly) 조합주의로 변신한 덕분이다.

노조 조직률 80%를 웃도는 스웨덴의 경우 2007년 7건의 합법 파업과 3건의 불법 파업이 발생했을 뿐이다.

덴마크에서도 파업을 벌이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 기간 중 임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불법 파업일 경우 경제적 불이익은 더 강력해 파업 참가자 1인당 1시간에 12달러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회사의 경쟁력을 중시하다 보니 노조의 경영 간섭도 거의 없다.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노동시간의 시작과 종료,임금 지불 방식,개별 근로자에 대한 채용 등으로 국한시켜 놓았다.

생산 거점 이동,단축 노동 및 근로자 전환 배치,인사ㆍ징계 등 경영권과 관련해선 노조와 협의를 하지만 동의는 받지 않는다.한국의 대기업에서 처럼 전환배치 문제로 노사 간 갈등을 빚는 경우는 없다.